스승과의 아름다운 40년 동행[기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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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서 서울시교육청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전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포럼 공동대표

유승곤 전 충남대 교수(왼쪽)와 손기서 서울시교육청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손기서 제공
유승곤 전 충남대 교수(왼쪽)와 손기서 서울시교육청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손기서 제공
‘스승의 날’은 스승과 제자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정감을 나누는 시간이다. 스승의 날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변해도 스승과 제자 사이의 소통과 공감의 힘은 미래교육의 기반이다.

필자는 1982년 대학 입학 후 지금까지 40여 년간 사제의 정을 나누고 있는 유승곤 교수님을 만났다. 대학 2학년 겨울방학 때 고향집으로 교수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를 읽던 순간은 지금도 선명히 머릿속에 떠오른다.

“손 군! 나는 자네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학업을 향한 열정은 분명히 가지고 있는 줄 알았네. 그러다 자네의 성적을 확인하고는 마음이 무거웠네.… 자네가 바라는 우리 사회의 이상과 미래는, 자네 자신의 역량으로 뒷받침해야 되지 않겠나? 사회를 향한 치열한 고뇌와 학업을 향한 ‘냉정한 열정’을 부디 함께 키워 나갔으면 하네.” 성적이 떨어진 제자를 걱정하는 은사의 따뜻한 마음이 들어간 편지였다.

이후 교수님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도서관을 찾았다. 학업을 정상궤도로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동기생들과 마음을 나누며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스승의 편지에 자극을 받아 공부를 한 덕분에 졸업 후 서울시교육청의 중학교 교사로 임용됐다. 당시에는 발령 소식을 ‘종이 전보’를 통해 알려줬다. 그 전보를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며 교직에 들어섰던 초심을 잊지 않고 있다.

교직 입문 후 유승곤 교수님을 인생의 멘토로 모시고 교육자가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있다. 교수님은 필자가 2018년 대한민국 미래교육을 위해 만든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포럼’에 공동대표로 취임하자 제자를 응원하기 위해 1호 회원으로 등록을 하셨다.

유 교수님은 정년퇴직 후에도 대학에서 특강 등을 하며 교육의 본질을 설파하고 계신다. 은사님은 필자를 만날 때마다 교육의 역할과 스승과 제자 사이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시곤 한다. “사회는 변하고 우리가 익히 알던 가치나 방향성도 변한다네. 나 같은 세대는 퇴장하고, 새로운 세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 하지만 교육과 인간의 근본은 변하지 않는 힘이 있다네. 지적 향연과 정서적 유대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우리 교육을 이루는 것이라네. 그 교육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것 아니겠나? 자네 역시 제자들과 그런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 것을 안다네.”

필자는 스승께서 애정 어린 가르침과 격려를 주셨기에 인생의 난관을 넘고 교육자로서의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유승곤 교수님 감사합니다!

손기서 서울시교육청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전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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