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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단독]우크라軍 아내들 “제철소 포기해선 안돼, 남편 살려달라” 눈물

입력 2022-05-18 03:00업데이트 2022-05-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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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서부 르비우 르포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러시아군과 전투 중인 남편을 둔 카테리나 프로코펜코 씨(왼쪽 사진 오른쪽)와 율리야 페도시우크 씨가 17일 동아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로코펜코 씨의 남편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아조우연대’의 데니스 프로코펜코 사령관(오른쪽 사진)이다. 르비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르비우=김윤종 특파원
“남편이 당장 죽을지 몰라요. 제발 남편을 살려주세요.”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시민 카테리나 프로코펜코 씨(27)는 16일 밤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그의 남편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아조우연대 데니스 프로코펜코 사령관(연대장)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러시아군과 ‘최후의 항전’을 벌여오면서 정부로부터 ‘국민 영웅’ 칭호를 받았다.

우크라이나군은 17일 성명에서 “마리우폴 수비대는 임무를 완수했다”며 “아조우스탈의 지휘관들은 대원들의 목숨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마리우폴 수비대는 우리의 영웅이다.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마리우폴을 포기하고 최후 항전지 아조우스탈의 아조우연대에 사실상 항복을 명령한 것이다. 성명은 제철소 내 부상 장병 265명이 러시아군 통제 지역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나왔다. 아조우연대는 이날까지 82일 동안 제철소에서 항전했다. BBC는 제철소 안에 최소 600명 이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수백 명의 부상자를 포함해 약 2000명의 군인이 남아 있다고 추산했다.
○ 우크라, 최후 항전지에 사실상 항복 명령
러軍에 몸수색 당하는 우크라 군인들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러시아군과 최후의 항전을 벌이던 우크라이나 군인 265명을 러시아의 통제 지역으로 이송시키기 전 이들을 대상으로 몸수색을 실시하는 사진을 17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마리우폴 내 군사작전 종료를 선언함에 따라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82일간 투쟁했던 이 제철소 역시 러시아군의 통제에 놓였다. 러시아 국방부=AP 뉴시스
아조우스탈 내 또 다른 대원의 아내 율리야 페도시우크 씨(29)는 “군인들이 하루에 물 1잔, 빵 1조각으로 수십 일째 버텨 왔다”며 “부상자가 많은 데다 의약품까지 동나 마취제 없이 수술을 할 정도”라고 제철소 내의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남편이 ‘매일 사람들이 죽어간다. 하늘에서는 폭탄 비가 쏟아지고, 바다에서는 러시아군 함선이 공격해 오고, 땅에는 러시아군 탱크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프로코펜코 씨는 “러시아는 ‘항복하면 살려 준다’고 하지 말고 조건 없이 군인들을 나가게 해 줘야 한다”고 했다. 페도시우크 씨 또한 “우리 정부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러시아와 협상을 벌여 남편을 탈출시켜 달라”고 했다.

두 사람은 아조우스탈 제철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남편을 살리기 위해 세계를 돌며 지원을 호소해 왔다. 11일에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두 사람은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본보 인터뷰에 응했다.
○ 서부 르비우도 전사자 묻을 땅 부족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사망자를 묻을 공간마저 부족해지고 있다. 서부 거점도시 르비우의 ‘이반 프란코’ 공원에는 이날 흙더미가 40개 이상 쌓여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임시 무덤이었다.

동부 돈바스 등 전국 전선에서 중상을 입은 병사들은 비교적 안전한 르비우로 이송된다. 이들이 치료 도중 사망하면서 공원 옆 공동묘지가 포화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 묘지는 약 42ha(약 12만7000평) 크기로 40만 명을 매장할 수 있다. 자녀와 함께 묘지를 찾은 엘리나 씨는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있으면 저 큰 공동묘지에 사망자를 묻을 곳이 부족하겠냐”며 탄식했다.

17일 새벽 기자는 두 번이나 등골이 서늘함을 느꼈다. 러시아군이 르비우 도심에서 47km 떨어진 야보리우 군사지대에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공습경보가 2차례나 쩌렁쩌렁 울렸다. 기자가 거리로 나가 보려 하자 숙소 직원은 “목숨이 몇 개냐”며 일단 지하 주차장 내 미사일 대피소로 이동하라고 했다.

르비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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