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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2년 넘는 北 봉쇄에 ‘장마당 의료체계’마저 무너져”

입력 2022-05-17 03:00업데이트 2022-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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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 비상]탈북 의료전문가가 본 北코로나 상황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북에 있는 언니를 또 볼 수 있을지….”

김지은 ‘더 웰샘 한방병원’ 원장은 2002년 입국한 탈북민이다. 북한에서 한의사로 활동하다 한국에 와서 다시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 원장이 한국에 온 지 20년이 흘렀지만 북한 의료 체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꾸준히 현지 소식까지 들어왔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지금 북한 주민들 현실이 얼마나 참혹할진 누구보다 눈에 선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북에 두고 온 언니부터 걱정하는 자신을 가리켜 “이기적인 사람”이라며 거듭 혼잣말을 했다.

김 원장은 1990년대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던 ‘고난의 행군’ 시기 때 이미 북한 의료 체계가 크게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이후 의료 국영주의 기조는 유지됐지만 결정적으로 바뀐 건 실제 의료 현실. 김 원장은 “무능력한 국가에 대한 주민들 불신이 커져 실제 의료 현장 중심은 장마당으로 옮겨 갔다”고 전했다.

문제는 북한이 코로나19를 막겠다고 2년 3개월가량 살벌한 봉쇄 정책에 나서면서 그나마 버티던 장마당 의료 체계까지 무너져 버렸다는 것. 외과의사 출신 탈북민으로 2012년 입국한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효능 좋은 약들은 장마당에서 샀는데 코로나 봉쇄로 장마당 약도 구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니 지금 코로나가 퍼져도 북한 매체에서 버드나무 잎이나 꿀 같은 민간요법이나 언급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당이 해줄 게 없으니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평양은 그나마 중국에서 의료 물자를 받아 버틸지 모르겠지만 지방은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원 역시 “코로나 전에도 북한 농촌 진료소에선 바늘을 재사용하는 등 상황이 처참했다”며 “과학적 진단과 처방 모두 안 되는 북한에 코로나는 결정타”라고 한숨지었다.

아픈 사람도 문제지만 보릿고개로 불리는 춘궁기와 겹쳐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건 더 큰 문제다. 김 원장은 “북한 주민들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퍼진 상황은 쭉 보고 듣고 했다”며 “그나마 코로나가 안 퍼져서 먹고살기 힘든 상황을 참고 견뎌 온 주민들이지만 코로나 공포까지 곁에 훅 다가오면 어디로 폭발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최 연구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1호 상비약’까지 내놓겠다는 건 민심을 다독이려는 그야말로 쇼”라며 “그래도 주민들 불만을 잠재우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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