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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南 “방역 지원 실무접촉” 제안에… 北, 무응답

입력 2022-05-17 03:00업데이트 2022-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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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 비상]전문가 “北 최소 3만4000명 사망 우려”
노동신문 “하루새 39만명 새로 발생”… 무증상자 등 감안땐 상황 훨씬 심각
CNN “건국 70여년만에 최대 혼란”… WHO “北, 코로나 급속 확산 가능성”
김정은, 의약품 공급에 軍 동원령… 부하들 질책하며 책임 전가 나서
정부가 16일 판문점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오전, 오후 2차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 관련 실무접촉 제안이 담긴 대북 통지문 발송을 시도했으나 북측은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통지문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로 작성됐고, 수신인은 북측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이다.

통지문은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고, 방역 경험 등 기술 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는 한편 이를 위한 남북 간 실무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하는 내용”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권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의료, 방역 등 인도적 협력에 있어 정치적 상황과 연계하지 않고 북한과 조건 없는 협력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열 환자 및 사망자는 15일에만 각각 39만2920명, 8명이 추가됐다. 누적 발열 환자는 121만3550명에 달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북한에서 코로나19로 최소 3만4540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北 ‘유열자’ 121만명인데… “맥주병에 수액 담고, 주삿바늘 재사용”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누적 121만 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무섭다. 진단키트 등이 부족해 무증상자 파악조차 여의치 않은 북한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에 방역 물자 등 긴급 지원을 요청해 협의 중인 북한은 16일 우리 정부의 방역 협력 제안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통일부가 백신 및 의약품 등 지원 용의가 있다는 대북통지문을 발송하려 했지만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 일단 봉쇄 중심의 사회적 통제 및 중국 지원으로만 상황을 버텨보겠다는 기류로 풀이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16일(현지 시간) 북한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맥주병에 수액 담고, 주삿바늘 재사용”
북한 노동신문은 16일 “14일 오후 6시부터 15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39만2920명의 유열자(有熱者)가 새로 발생했고, 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15일까지 누적 유증상자는 121만3550여 명, 사망자는 50명이 됐다.

우리 방역당국은 북한의 실제 유행 상황은 공개된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환자 중 열이 나는 사람은 10% 남짓”이라며 “실제로는 (북한에서)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는 향후 북한에서 코로나19로만 최소 3만4540명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 교수는 이날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전제하며 “일본과 홍콩의 코로나19 입원율 및 사망률을 북한에 대입한 결과 이처럼 추계됐다”고 밝혔다.

푸남 케트라팔 싱 WHO 동남아시아지역 국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국가에서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치로 억제하지 않을 경우 바이러스는 매우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북한의 암울한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는 탈북자들 증언을 인용해 맥주병에 수액을 담고 주삿바늘이 녹슬 때까지 재사용하는 등 열악한 의료 실태를 지적했다. 미국 CNN 역시 “건국 70여 년 만에 (북한에) 최대 혼란이 닥쳤다”고 보도했다.
○ 김정은, 일부 간부 겨냥 비난… 책임 전가 나선 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5일 정치국 협의회를 열고 중앙검찰소장 등 일부 간부들을 겨냥해 의약품 사재기 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명목을 들어 ‘신랄’하게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 시내 약국에서조차 의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며 “인민군을 동원하라”는 특별 명령까지 내렸다. 북한에선 특히 현재 평양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평양 내 유증상자는 14일 하루에만 8만3445명이 나왔다.

비상 상황 속에서도 북측은 이날 우리 정부의 방역 협력 제안은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간) 긴밀한 협력이 끊어진 상황에서 대답을 재촉하기보단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는 게 좋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북한 요청 시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할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16일 0시 기준 국내엔 약 1443만4000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남아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이날 통화에서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북한 주민에 대한 코로나 대응 인도적 지원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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