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 규제 법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동아광장/한규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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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이 함량미달 언론 양산한 게 진짜 문제
‘아웃링크’ 도입, 신뢰 낮은 언론 도태될 것
포털 검색제휴 기준 강화해 시장왜곡 막아야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의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정해졌다.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포털의 뉴스 검색 알고리즘 공개와 ‘아웃링크’ 방식 전환 등을 예고한 바 있어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예상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우선 포털 문제의 본질을 알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포털 뉴스 서비스 내의 기사 추천이 특정 언론에 편중되어 있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입법 취지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포털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단지 유권자들의 선호에 따른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한 결과일 뿐이다. 실제로 필자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매년 한 달 분량의 ‘메인 뉴스’ 게재 기사들을 전수 수집해 포털들의 뉴스 편집 기준을 역분석해 본 결과, 각 언론사 기사의 평균 댓글 수와 감정표현 수 등을 통제하면 언론사의 정파성은 메인 뉴스 게재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의 진짜 문제는 누구나 포털과 검색 제휴 계약을 맺으면 기사를 유통할 수 있다 보니 함량 미달의 언론사를 양산해 현재 국내 등록 언론사 수가 1만 개에 육박하는 ‘언론 과잉’ 상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진보든 보수든 취재에 필요한 양질의 인력을 고용하는 고비용 구조를 가진 언론사는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이다. 실제로 국내 포털에서는 유력 언론들의 기사가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포함될 확률이 구글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었다. 구글은 기자 수, 매출 등을 고려해 유력 언론사들의 노출도를 높이는 편집 기준을 적용한다. 반면 국내 포털은 모든 언론사를 ‘n분의 1’화하여 유력 언론사들의 브랜드 파워를 약화시켜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려 하는 것으로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보든 보수든 많은 언론사들이 이념 마케팅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들의 왜곡 보도, 여론 재판식 인격 살인 등이 늘어나게 된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해법이 될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포털의 자체적 뉴스 배열, 추천 서비스를 금지하고 검색 및 언론사 선택 구독 방식을 통해서만 이용자가 기사에 노출되도록 한다. 또 포털이 아닌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기사의 열람이 가능한 소위 ‘아웃링크’ 방식이 전면 도입된다. 마지막으로 포털이 검색 제휴 계약을 선별적으로 할 권한을 박탈하여 모든 언론사의 기사가 검색 결과에 포함된다.

우선 포털의 자체 뉴스 페이지를 없애고 ‘아웃링크’ 방식이 도입되면 진보든 보수든 신뢰도가 낮아 이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언론사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등록 언론사가 1만 개에 육박하는 ‘언론 과잉’ 상황에서 다양성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기우에 가깝다.

그러나 예상되는 부작용도 있다. 각 언론사 사이트에서만 뉴스를 접하게 할 경우 정치적 양극단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필자는 2016년 수행한 현장실험에서 약 1000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기사들을 작성 언론사의 이름만 바꾸어 제시했을 때 얼마나 클릭되는지를 살펴보았다. 동일한 기사임에도 진영 논리가 작동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진보나 보수 참여자의 언론사 선택에 차이가 없었다. 반면 통계적으로 유의한 유일한 요인은 기사가 제시된 위치였다. 포털이 자연스럽게 이용자를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에 노출시키는 순기능도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현 개정안대로 언론사별로 뉴스 유통을 할 경우 뉴스 소비가 진영에 따라 완전히 분리될 가능성이 높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개정안의 더 중요한 문제는 포털의 선별적 검색 제휴 계약을 금지하는 것이다. 현재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언론사 기사만 검색 결과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수의 ‘유사 언론’이 양산됐다. 이 최소 기준은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책임성도 갖추지 못한 언론사도 검색 결과에 포함하도록 강제한다면 언론시장의 왜곡이 오히려 심화될 것이 뻔하다. 민주당이 보수층 이용도가 높아 보이는 뉴스 섹션과 댓글난은 없애고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소규모 강성 언론들의 기사가 검색 결과에 더 포함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받을 수도 있다.

포털 뉴스 섹션은 폐지하되 선별적 검색 제휴 계약에 대한 권한은 포털이 자율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투명한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언론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근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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