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김정은 “건국이래 대동란”… 中에 방역 지원 긴급요청

입력 2022-05-16 03:00업데이트 2022-05-16 07:17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北 코로나 비상]
北코로나 신규환자 30만 폭증세
정부 “주민동요 구체적 징후 확인”
이번주초 北에 백신지원 등 제안
김정은, 마스크 쓰고 노동당 협의회 주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14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 정치국은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 실태를 점검하고 정치 실무적 대책들을 보강하기 위해 협의회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증상자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악성 전염병의 전파가 건국 이래 대동란(大動亂)”이라며 위기감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북한은 중국에 방역물자 등을 긴급 지원 요청해 양국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초 백신 및 의료용품 등 지원을 북측에 공식 제의할 방침이지만 김 위원장이 이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북한 내 주민 동요가 이미 지역 단위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번질 경우 방역을 매개체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북한 내 신규 발열자는 1만8000명(12일)→17만4400명(13일)→29만6180명(13일 저녁∼14일 오후 6시)으로 급증세다. 자가검사키트 등이 충분치 않아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발열자)’로 표현할 만큼 확진 여부 파악조차 여의치 않은 북한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실제 확진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 누적 사망자도 14일까지 42명에 달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 초기 중국 우한(武漢)시에서와 같이 치명률이 3∼5%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는 “2, 3개월 안에 북한 전체 인구의 60∼70%가 감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14일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고 현 상황을 ‘대동란’이라고 강조했다. 봉쇄 중심의 사회적 통제로 대응하겠단 방침을 시사하면서도 중국에는 방역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추가 국제적 지원 없이 버티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내 구체적인 주민 동요 징후를 이미 주초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北, 백신 접종률 0%인데 봉쇄만 강조… “인구 70% 감염될 수도”


北 코로나 급속 확산… 김정은 “대동란”
면역-의료 인프라-바이러스 정보, 방역정책 필수 3가지 모두 빈약
“이미 골든타임 놓쳐” 분석 많아
김정은, 中에 방역물자 지원 요청
더 번지면 南에 손 내밀 가능성
“주민 시선 돌리려 핵실험” 우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물샐 틈 없는 지역 봉쇄를 시사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에 나섰지만 오히려 확진자 수는 주말 새 급증했다. 북한 내 확산은 이제 시작으로 ‘재앙’ 수준의 대규모 사망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봉쇄 지역에 보낼 구호 물자 준비 북한 함경북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봉쇄된 지역 주민들에게 보낼 물자를 준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3일 저녁∼14일 오후 6시 29만6180여 명의 유열자(有熱者)가 새로 발생하고 15명이 사망했다고 15일 밝혔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뒤늦게 중국에 방역 물자 지원을 요청했지만 현재 확산 추세로 볼 때 불길을 잡을 만한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추가 외부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지 않는 한 민심 이탈이 가속화돼 코로나19가 김정은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우리 정부 지원 의사에 손을 내밀 것이란 전망과 동시에 오히려 당장 7차 핵실험이나 국지 도발 등을 통해 주민들 시선을 돌리려고 할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 北, 면역·의료 인프라·정보 모두 부족… 인구 70% 감염 가능성도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13일 저녁∼14일 오후 6시 북한에서 29만6180여 명의 유열자(有熱者)가 새로 발생해 15명이 사망했다고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5일 밝혔다.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됨에도 북한은 격리나 봉쇄 중심 대책을 내세웠다.

이로 인해 북한 내 코로나19 유행이 폭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방역 정책에 필수적인 △면역 △의료 인프라 △유행 중인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 모두 크게 부족한 상태로 추정된다.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 치명률이 낮다는 것이 중론인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북한에선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식적으로 북한의 백신 접종률은 ‘0%’다. 북한 주민들이 전파력이 빠른 오미크론 변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것.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북한엔 백신이 없고 코로나19 특성에 대한 정보도 극히 제한돼 있다”며 “현대적 의료를 제공할 인프라도 태부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길거리에서 폐렴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나오고 2, 3주 후 사망자도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도 “북한 주민들은 영양상태와 면역력이 열악하다”며 수개월 안에 북한 전체 인구의 60∼70%가 감염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 정부, 北 민심 동요 구체적 징후 파악… 군 동향도 주시
북한 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김 위원장은 일단 중국에 지원을 요청해 양측이 긴급 협의 중인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상황이 심상치 않자 북한이 이미 이달 초 일부 방역 물자를 지원 받았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고 밝혔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도 “북한이 외부에 조난신호를 보냈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치료제든 백신이든 중국보단 국제사회 제공 물품을 더 신뢰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감염률이 예상을 크게 상회할 경우 북한이 이른 시기에 우리 정부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당국자는 “발열자가 하루에 수백만 명 발생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결국 남측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일단 북한에 방역 지원 의사를 계속 전달하는 동시에 주민 동향 등 내부 기류 파악에 주력할 계획이다. 우리 당국은 북한 내 구체적인 민심 동요 징후를 이미 지난 주초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에 대한 감시 수위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은 군부대 훈련은 물론이고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 준비 상황 등과도 직결될 수 있어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대규모 열병식에 참여했던 군인들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얘기가 돈다”고 보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