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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밤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내가 만난 名문장/최문자]

최문자 시인
입력 2022-05-16 03:00업데이트 2022-05-16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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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시인
“누가 밤 속에 이미지를 갖다 놓았는가? 꿈이다.”

―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중


밤은 얼굴조차 없는 부재의 시련이다. 우리는 빛에 매혹된 자, 빛에 길들여진 빛의 노예들이다. 오래 그런 연후에 어쩌다 밤을 맞게 되면 놀라 깨어난다. 밤을 두려워한다. 밤은 가시적인 모든 것이 결핍되는 곳, 상실된 것들이 끔찍하고도 절대적인 결핍으로 느껴지는 장소이다. 세상이 어두워지면 더 이상 원하는 발자취를 따라갈 수 없어지고 깊은 어둠 속에 나하고 별들만 남게 된다. 누구나 밤을 만나면 처음에는 세계가 칠흑 같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차츰차츰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난다. 결코 승리할 수 없는 곳에서 성공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밤을 경험하지 못하게 한다면 우리의 눈은 끔찍하게 밝은 대상에게만 쏠려 있다가 눈이 멀게 될 수도 있다. 파스칼 키냐르는 스탕달이 쓴 이야기를 예로 들며 쓰고 있다.

“잘츠부르크의 소금광산에서는 겨울이 되어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어두운 폐광 구덩이 속으로 던져 넣는다. 두세 달 후에 그것들을 꺼내보면 그것은 반짝이는 결정체들로 덮여 있다. 굵기가 멧새 다리만한 가장 작은 가지들에는 눈부시게 반짝이는 움직이는 듯한 다이아몬드들이 무수히 붙어 있다. 도무지 원래의 나뭇가지들로 보이지 않는다.”

겨울과 구덩이는 밤의 이미지에 해당된다. 폐광 구덩이를 통과한 죽어가는 나뭇가지 끝에 달린 다이아몬드 같은 결정체는 두렵고 불안한 밤의 경험 후에 남게 되는 결과물들이다. 탁월한 예술이란 어떤 것인가? 언어 이전의 최초 예술은 어떤 것들인가? 표면이 찢기고 피를 흘리며 걸어가는 나뭇가지 같은 자들의 밤은 어떠한가? 밤은 원래의 나뭇가지가 아닌 보석이 달린 나뭇가지들 얘기로 끝이 나고 있다.

우리의 적들은 우리에게 결코 밤을 권하지 않는다. 달콤하고 밝은 매혹의 불빛만을 권한다. 나는 괴롭고 힘든 시기에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에 관하여 결코 함부로 상의하지 않는다. 인간들은 오직 우리를 바른 길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대목에서만 찬성할 것이므로. 아마도 세상의 어머니들만이 줄기차게 우리에게 밤을 이야기 해주며 어마무시한 밤을 가르쳐주는 것 같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하여 시인들도 밤 같은 어두운 동굴의 내벽에 손을 집어넣는다. 어두운 동굴의 내벽에서 빛의 함몰 속에서 밤을 만지며 밤을 경험한다. 매번 낮이 끝나면 거기 버티고 있는 시인들의 밤이 있다. 모든 생명체들은 잠을 잠으로써 밤에게서 도망치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우리는 밤이라는 이미지의 한 조각을 늘 보고 있는 셈이다. 꿈이다. 그러다가 꿈에서 깰 때처럼 허겁지겁 밤에서 깨어난다. 불을 켤 새도 없이 새벽을 맞는다.


최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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