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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터널 지났다는 기업들, 정부-기업 긍정적 시너지 내야[광화문에서/송충현]

입력 2022-05-16 03:00업데이트 2022-05-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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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현 산업1부 기자
“기업인들끼리 답답한 터널 속에서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 같단 이야길 주고받았습니다.”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에 참여했던 한 기업인은 당시 만찬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당시 만찬장에는 국내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기업인들과 경제단체장이 세계 각국의 외빈들과 함께 참여했다. 윤 대통령이 테이블을 돌며 건배 제의를 할 때 기업인들은 윤 대통령과 외빈을 서로 소개해주는 사실상 외교 사절단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기업을 협력 파트너로 공언한 윤석열 정부에서 높아진 기업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기업들 역시 새 정부 아래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의 역할을 찾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5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과 우아한형제들, 쿠팡 등 대표 유니콘 기업들은 이달 말 ‘신(新)기업가정신 선언’을 공동 선포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할 계획이다. 기업 성장이 국가의 성장을 이끈다는 고속 성장기 사업보국에서 나아가 건전한 고용환경 조성과 지역균형 발전, 탄소 중립 등 사회의 질적 발전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단 의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및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는 등 윤석열 정부 시작부터 국내 기업의 역할론은 점차 커지고 있다. 기업별로 조만간 굵직한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른다는 소문도 돈다.

재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와 기업이 가시적인 경제 성과를 만들기 위한 적절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 상황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86만5000명 늘었지만 직접 일자리 등 공공부문 취업자의 증가가 일자리를 떠받치고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보도참고자료에서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민간의 고용 여력 제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정부 내내 고용동향을 ‘분식’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노인 공공일자리가 아닌 민간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지나치게 무거운 고용 창출 부담을 떠안는 모양새가 만들어질 우려도 있다. 고용 규모와 시기 등은 글로벌 경제 환경 및 기업의 여건에 따라 자발적으로 조성되는 게 자연스럽다.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떠받치기 위해 국내 기업이 체력 이상의 투자를 짜내는 것도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 민관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정부는 기업에 필요한 조세 개편, 예산 지원, 공급망 문제 해결 등으로 기업의 고용과 투자 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게 기업과 정부 모두에 이로운 길일 것이다. 이제 막 터널을 지난 것 같다는 기업들에 새 정부가 어떻게 힘을 실어줄지 두고 볼 일이다.

송충현 산업1부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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