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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北 “건국 이래 대동란”… 코로나 대응에 자존심 세울 때 아니다

입력 2022-05-16 00:00업데이트 2022-05-1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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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마스크 쓰고 노동당 협의회 주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14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 정치국은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 실태를 점검하고 정치 실무적 대책들을 보강하기 위해 협의회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내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 12일 북한 당국이 처음 발병 사실을 공개했을 때 1만8000여 명이었던 신규 유열자(발열자)는 이틀 만인 14일 30만 명 가까이 폭증했다. 북한 당국이 공개한 누적 발열자는 현재 82만여 명, 사망자는 42명이다. 진단키트가 없어 확진 여부조차 감별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감염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민간요법까지 동원하는 상황은 참담하다. 다른 나라들이 과학방역으로 팬데믹 종식을 눈앞에 둔 시점에 북한만 버드나무잎과 금은화를 달여 먹는 식의 대증요법에 의존하고 있다. 치료법을 몰라 약을 잘못 썼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문제점들이 일찌감치 예견돼 왔는데도 북한 당국은 ‘코로나 청정국가’라고 과신하며 백신 요청은커녕 해외의 지원 제안조차 거부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주민과 병력 수만 명을 동원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개최했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 방역체계로 볼 때 코로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치명률이 3∼5% 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대로라면 북한 주민 5명 중 1명만 감염돼도 26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 백신 접종을 못해 면역력이 없는 북한 주민들은 만성 식량 부족 탓에 영양상태도 좋지 않다. 강력한 봉쇄정책 속에 ‘고난의 행군’ 같은 식량난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을 기대하겠지만 중국 또한 상하이의 봉쇄 장기화 여파로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유엔 등에 의료 및 방역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분배 모니터링과 투명성 확인 요구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제안할 예정인 방역 지원 실무접촉에 응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제7차 핵실험 시도는 중단해야 마땅하다. 김 위원장 스스로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인정한 위기 앞에서 핵실험 카드나 만지작대면서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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