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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18억어치가 485만원 돼” 김치코인 쇼크… 글로벌 시장도 패닉

입력 2022-05-14 03:00업데이트 2022-05-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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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시장 ‘루나-테라 충격’
직장인 A 씨(41)는 이달 초 카드론으로 연 8.6%의 금리에 1500만 원을 빌린 뒤 약 1300만 원으로 ‘김치코인(한국산 가상자산)’ ‘루나’에 투자했다. 주식으로 본 손실을 루나로 만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13일 그가 보유한 루나 평가액은 5만5000원으로 급락했다. 수익률은 ―99.57%. A 씨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빚투(빚내서 투자)’했는데 다 날렸다”고 했다.

한국인 엔지니어가 개발한 가상자산 루나와 자매 코인 ‘테라’가 연일 폭락하면서 국내외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13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루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루나 가격은 ‘0달러’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루나, 테라 외에 다른 코인들도 투자자 피해를 낳으며 ‘코인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 국내 루나에 물린 투자자 17만 명
1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8시 반 기준 루나 가격은 0.00003달러로 하루 새 99.96% 하락했다. 루나는 지난달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 10위권에 들었다. 1테라의 가격을 1달러로 고정한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시세도 이날 같은 시각 0.1616달러로 전일 대비 68.43% 급락했다. 최근 며칠간 가격이 급락하자 바이낸스는 이날 오전 루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두 코인 값은 추가 폭락했다. 인터넷에선 루나 18억3800만 원어치를 샀는데 평가액이 485만 원(수익률 ―99.74%)이 된 전자지갑 사진을 캡처한 ‘손실 인증샷’도 돌아다녔다.

금융권에 따르면 12일 기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에서 루나를 보유한 투자자 수는 17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루나가 급락한 7일 이후 국내 거래소의 루나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해외 루나 물량을 국내 거래소로 옮긴 뒤 차익을 노린 매도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빗썸은 11일, 업비트 코빗 코인원은 13일에야 외부 거래소에서 루나를 들여오거나 반출하지 못하도록 입출금을 막았다. 거래소들의 뒷북 대응으로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거래소들의 거래 규모와 대응 현황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현행법상 당국은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세탁만 처벌할 수 있다. 이번 피해를 입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
○ 하루 만에 가상자산 시총 258조 원 증발

‘테라 생태계’는 루나를 활용해 테라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테라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시킨다. 투자자가 테라를 일정 기간 시스템에 예치하면 연이자 20%를 지급한다. 가치가 안정적인 데다 높은 이자까지 주니 두 코인은 시총이 80조 원에 육박하며 광팬을 의미하는 ‘루나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하지만 7일부터 테라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디페깅’이 시작됐고 이에 투자자들은 루나와 테라를 내던졌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도 문제가 터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글로벌과 코인 발행사(GMO-Z.com 트러스트)는 ‘GYEN’의 안정성을 호도해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혔다며 투자자에게 집단소송을 당했다.

일반 가상자산 시장도 최근 증시 불안으로 충격을 입었다. 미 CNBC 방송은 12일(현지 시간) 하루 만에 세계 가상자산 시총이 2000억 달러(약 258조 원) 이상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미 CNN비즈니스는 이날 최근 코인 급락세에 대해 “리먼 브러더스의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컨설팅 회사 블리츠랩스의 김동환 이사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미국 정부와 의회가 관련 규제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그간 스테이블 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해 온 만큼 규제가 마련되면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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