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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역전의 명수는 옛 영광을 버릴 줄 안다

입력 2022-05-14 03:00업데이트 2022-05-1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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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의 본질/노나카 이쿠지로 등 지음·이혜정 옮김/464쪽·1만8000원·비즈니스맵
윈스턴 처칠, 스탈린, 호찌민….

국가도 인종도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절체절명의 전쟁에서 역전에 성공한 지도자라는 사실이다. 처칠이 총리에 오를 당시 영국은 고립무원 그 자체였다. 러시아를 제외한 전 유럽대륙을 정복한 히틀러는 “영국의 독립만은 보장해주겠다”고 했다. 스탈린은 1941년 독소 불가침 조약을 깬 히틀러의 침공으로 연일 참패를 거듭했다. 호찌민은 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프랑스를 가까스로 이겼지만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의 전쟁에 직면한다. 이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일본의 경영학, 군사학 전공학자들은 이 책에서 전쟁사를 통해 적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손자병법부터 노장사상, 후설의 현상학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고전에 담긴 지혜도 폭넓게 응용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처칠 등 역전의 명수들은 상황과 맥락의 변화에 따라 구체화된 전략을 실천하는 이른바 ‘지략(智略)’에 능했다. 과거의 승리 공식을 금과옥조로 여기다 새로운 국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것. 예컨대 저자들은 전작 ‘실패의 본질’에서 일본이 러일전쟁의 승전 경험에 집착한 탓에 태평양전쟁에서 패했다고 주장한다.

상황 변화에 따라 대립적 전술을 적절히 혼합 구사하는 유연성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술의 양대 축인 소모전과 기동전 중 하나만 택하면 실패하기 쉽다는 것.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미국과 노르망디에서 제2전선을 구축할 때는 기동전을 구사했지만, 그 전까지는 독일의 런던 공습에 소모전으로 임했다. 독일의 도발에도 전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전략적 인내’를 택했다. 그 결과 미국이 참전하기까지 시간을 벌면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다.

호찌민도 베트남전 초기에는 방어전을 벌이다 이후 게릴라전으로 버티며 소모전을 벌였다. 막판에 전쟁이 장기화돼 미국 내 반전 여론으로 적의 사기가 꺾이자, 총반격을 가하는 정규전으로 전환해 승리할 수 있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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