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따로 또 같이’ 시대에 어울리는 집이란

입력 2022-05-14 03:00업데이트 2022-05-14 05:0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조성익 지음/212쪽·1만5000원·웅진지식하우스
밀레니얼 세대의 관계론은 ‘따로 또 같이’로 정리된다. 이른바 ‘느슨한 연대’다. 홍익대 건축도시대 교수인 저자는 혼자 있고 싶어 하면서도 타인과 어울리고자 하는 심리를 건축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책은 저자가 공유하우스 ‘맹그로브’를 설계하고 그 이후 거주자들의 삶을 분석한 관찰기다.

저자는 “기존의 공동 주거는 중간이 없었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사생활을 보호하거나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과하게 애쓰고 있었다는 것. 그가 찾은 공동주거의 해답은 ‘짧지만 잦은 스침’이다. 타인과 만나는 기쁨을 늘리되 심리적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핵심이다. 복도 폭을 넓혀 교류의 스파크가 일도록 하고, 주방 조리대와 식탁을 직각으로 배열해 고개를 돌리면 짧게 눈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물론 누구와도 마주치기 싫은 날을 위해 라운지를 거치지 않아도 주방으로 갈 수 있는 우회로도 함께 마련했다.

공유하우스를 짓는 것이 끝은 아니었다. 저자는 거주 후 평가가 진짜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맹그로브에 함께 입주한 설계 디자이너 현수가 조언자 역을 맡았다. 저자는 “혼자 밥 먹고 싶을 땐 마주 보는 주방이 불편하다”는 현수의 피드백을 듣고 ‘혼밥 동굴’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이 외에도 현수는 묘하게 불편한 지점들을 잡아냈다. 일례로 공용 냉장고에 ‘n분의 1 하실 분?’이라고 적힌 계란을 나눠 먹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보답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덜기 위해 현수는 냉장고 안에 식재료를 자유롭게 넣고 가져갈 셰어박스를 따로 만들고 공유 일지를 쓰기도 한다.

디테일한 팁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공동주거공간에 길이가 3m인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소파와 의자가 테이블을 보도록 배치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공공 공간 속 개인 공간’을 느끼면서 다른 이의 표정 정도는 알 수 있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조명 하나, 의자의 높이만 살짝 바꾸어도 나와 타인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는 저자의 말에 특히 눈길이 간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