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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르포]나토무기 공급루트 르비우 주민들 “푸틴 핵공격 두렵다”

입력 2022-05-14 03:00업데이트 2022-05-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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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르비우 르포]“열흘전 미사일공격에 지옥으로”
도심 곳곳 건물들 처참하게 파괴… 군수품 물류거점, 러 공격 늘어
1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외곽 셰우첸코 거리를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열흘 전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과 전소된 차량들이 보인다. 르비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르비우=김윤종 특파원
“갑자기 꽝 소리가 나더니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1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거점도시 르비우 외곽 셰우첸코 거리. 미사일 폭격을 맞은 일대 건물들은 무너져 내리거나 뼈대만 앙상히 남았다. 차량들은 전소된 채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이곳 주민 이반 씨는 열흘 전인 3일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창백한 얼굴의 그는 “한밤중에 날아온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민간인 지역인 이곳을 뭉개버렸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는 우크라이나 국경검문소에서 도로와 철도망을 따라 르비우에 이르는 약 70km를 지나는 동안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파괴된 철도, 물류창고, 발전소들을 잇따라 목격했다. 우크라이나는 여행 금지 지역이지만 기자는 이날 한국 외교부가 발급한 ‘예외적 입국 허가서’를 받았다.

기자는 폴란드 동부 국경도시 제슈프와 프셰미실에서 출발해 르비우로 들어갔다. 이 170km의 루트가 바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무기 보급 경로다. 러시아를 고전하게 만든 대전차 자폭 드론 스위치 블레이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등 서방의 무기가 제슈프의 미군 기지를 출발해 우크라이나 서부 수송로로 이동한다. 인구 80만 명의 르비우는 이들 무기를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전선으로 공급하는 최대 집결지다.

이 때문에 르비우 일대가 최근 러시아 미사일 공격의 새로운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3일 르비우 주요 발전시설 3곳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한때 시 전체 전기 공급이 끊겼다. 철도 시설 6곳도 파괴됐다. 지난달 18일 르비우의 군 기반 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7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서부의 교통·물류 요충지, 발전소 등이 러시아군의 새로운 작전 목표”라고 경고했다.

이날 르비우에서 50km 떨어진 마을 수도바 비시니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공포가 감돌았다. 마을을 관통하는 철로를 오가는 화물열차들 사진을 찍자 역사 직원 4명이 곧바로 뛰쳐나와 소리를 질렀다.

“찍지 말아요! 언론에 나오면 당장 오늘 밤에 러시아군 미사일이 날아옵니다. 당장 떠나요!”

이날 국경에서 르비우로 이어지는 도로엔 대형 물류트럭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무기 보급로 거점 지역 주민들은 “민간 지역을 가리지 않고 러시아군의 미사일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날 르비우에서 만난 시민들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공포까지 느끼고 있었다. 로스티슬라프 씨는 “동부 돈바스와 북부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퇴각시키고 있는 우리 군의 선전을 들으면 힘이 난다”면서도 “푸틴이 우리를 지원하는 서방의 무기 보급로를 공격하는 핵무기 버튼을 누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르비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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