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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순덕 칼럼]‘멀쩡한 보수정부’가 뻔뻔한 자유를 말할 순 없다

입력 2022-05-12 00:00업데이트 2022-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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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에서 ‘자유’를 빼려던 文정부
윤 대통령은 ‘자유’ 강조해 체제 수호
장관 인사에선 공정규칙 지키고 있나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게 모범 보여야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평가는 분분해도 1년 전 이맘때를 돌아보면 안다. 그가 아니었으면 과연 정권교체가 가능했을까.

2021년 4·7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난 지 한 달도 안 돼 국민의힘은 반공보수(태극기) 경제보수(기득권) 꼰대당의 ‘아사리판’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1년 후 이 당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창피해서 국민의힘은 못 찍겠다는 2030을 돌려세운 정치인이 작년 6월 헌정사상 최연소 보수정당 대표로 당선된 이준석이었다. ‘멀쩡한 보수’라는 말도 좌파 경제학자 우석훈이 이준석을 놓고 만들어 붙였다. 하자 없는 보수, 변화와 혁신의 보수정당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문재인 정권 출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마침내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을 할 수 있었던 거다.

문 정권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내걸고 청년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부터 노인 일자리까지 뭐든지 다 해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그 결과 2017년 660조 원이었던 나랏빚은 올해 사상 최초로 1000조 원을 돌파했다.

멀쩡한 보수의 핵심은 자유주의다. 4·7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도 586 운동권 세력의 국가를 앞세운 반(反)자유주의, 연성 파시즘에 대한 자유주의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 선출된 권력이 법 앞의 평등을 무너뜨리고, 사법권의 독립을 우습게 흔들면서 반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 변하는 모습을 우리는 문 정권에서 소름 끼치게 목도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의 중요성과 ‘반(反)지성주의’의 폐해를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것이 못내 못마땅한 모양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 자유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없애려고 했던 바로 그 자유를 의미한다.

2018년 3월 문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라는 표현을 넣음으로써 자유주의 체제를 국가주의 체제로 바꿀 수 있는 개헌안을 발의했다. 만일 민주당이 ‘검수완박’처럼 밀어붙였다면 어쩔 뻔했는지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장관 후보군을 지명하면서 멀쩡한 보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을 찍은 국민도 창피해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 원칙으로 지역이나 성별 안배 없이 능력과 전문성만 봤다고 말했다. 믿기 어렵다. 통합과 균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쩌자고 동창과 검찰 인연만 깐깐히 보고 골랐는지, ‘저쪽’ 보기 민망하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바로 그 취임사에서 “모두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당장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게서 자유 시민으로서 공정한 규칙을 지킨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그는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가 없었다”고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20여 년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국민 눈높이는 높아진 상태다. 하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과 흡사한 정호영 아들딸의 의대 특혜 편입 건을 알고도 검증팀은 인사청문회에 올린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가 윤 대통령의 친구의 친구라는 점 때문에 할 말을 못 했던 것이라면 더욱 불길하다.

‘문재인 청와대’는 ‘노무현 2’나 다름없는 운동권 정부였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와대 정부’를 뜯어고친다며 수석비서관 폐지를 약속했다. 그러고는 내각을 동창으로 채운 것도 모자라 ‘윤석열 용산 정부’에 ‘검찰 용산 정부’와 김건희 여사의 아부꾼까지 옮겨다 놓은 것도 실망스럽다.

정호영뿐 아니라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는 ‘이해충돌’이 뭔지도 모를 만큼 공인 개념이 부족한 인물들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인사 기준으로 능력을 강조했지만 혼자 잘나서 엘리트가 된 사람은 없다고 본다. 부모를 잘 만나서든, 머리가 좋아서든, 운이 좋든, 그 위치에 올랐다는 것은 특혜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자유만 누릴 것이 아니라 도덕적 수범(垂範)을 보일 책임과 의무가 있다.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자유를 강조한 것은 백번 옳다. 그러나 책임 없이 자유만 누리는 것은 뻔뻔한 자유다. 멀쩡하지 않은 일부 보수 인사들 때문에 윤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이 다시 부끄러워지고 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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