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철 생산때 패각 재활용… 오염-악취 어촌 걱정도 녹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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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성장 ‘넷 포지티브’]
2부 기업, 함께하는 성장으로〈6〉바닷가 환경도 지키는 포스코

철 생산 과정에 투입될 패각 가루가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역장에 내려지고 있다. 포스코는 
여수바이오와 약 6년 동안 협업해온 끝에 지난해 10월부터 패각을 실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발생할 패각은 물론이고 해안가에
 방치된 패각까지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스코 제공
철 생산 과정에 투입될 패각 가루가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역장에 내려지고 있다. 포스코는 여수바이오와 약 6년 동안 협업해온 끝에 지난해 10월부터 패각을 실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발생할 패각은 물론이고 해안가에 방치된 패각까지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덕분에 골치 아팠던 패각 문제가 많이 해소됐습니다.”(안상균 여수바이오 이사)

여수바이오는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폐기물 재활용 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포스코에 굴 껍데기인 패각 가루를 소결광(일정한 덩어리 형태로 구운 철광석) 제조 단계의 부원료로 납품하고 있다. 포스코와 지방 중소기업의 협업으로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던 패각 처리 문제의 큰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 6년 동안 패각 재활용 방안 찾은 포스코
패각은 전남 해안가 마을을 오랫동안 괴롭혀왔다. 국내에서 굴 패각은 매년 35만 t이 발생하는데 이 중 일부만 양식용으로 다시 쓰이거나 농업용 비료로 재가공된다. 나머지는 바닷가에 방치된 채 경관을 해쳤고 악취를 내거나 식수를 오염시키기도 했다. 바다에 무단 투기되는 경우도 많았다.

1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9년 8월까지 전국에 방치됐던 패각은 누적 20만6000t. 통계에 잡히지 않고 무단 방치된 것까지 합하면 누적 92만 t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감사원은 2020년 ‘해양폐기물 수거 및 관리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 “해양수산부의 패각 처리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포스코가 패각에 주목한 배경이다. 포스코 환경자원그룹은 2015년부터 패각의 주성분인 석회질이 석회석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철 생산 과정에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다. 석회석은 철을 만들 때 철광석에 함유된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쓰인다.

여수바이오는 당시 패각을 비료로 가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농민들이 ‘패각 비료를 쓰면 땅이 딱딱해진다’고 여겨 수요가 늘지 않았다. 2016년 포스코의 제안으로 여수바이오의 패각 2000t을 제철 공정에 시험 투입했다. 그러곤 석회석 일부를 패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때부터 포스코와 여수바이오의 공동 작전이 시작됐다. 패각이 산업용으로 사용된 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었다. 이에 폐기물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패각이 철 생산 과정에서 석회석을 대체했을 때 대기, 환경, 제품,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음을 증명해야 했다. 여수바이오는 국립환경과학원에 패각의 생성과 분쇄 등 처리 공정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포스코는 여수바이오가 환경성평가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동시에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제철 공정에 석회석 가루 대신 패각이 들어가도 제품이나 환경 등에 영향이 없음을 입증해냈다.
○ “사회와 환경에 좋은 영향 주는 혁신 만들 것”
포스코 등 철강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패각 등의 재활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7월 통과됐다. 두 달 뒤 여수바이오는 패각 재활용에 대한 환경성평가 인증을 취득했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도 2년여의 연구를 거쳐 석회석을 대체할 수 있는 패각의 입도(흙의 입자 크기) 기준을 마련했다. 안 이사는 “패각을 제철소에서 쓰겠다는 아이디어는 포스코 등을 만나지 못했다면 실제로 구현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중소업체였던 여수바이오는 패각 재활용 협업을 통해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을 새로운 거래처로 확보했다. 협업이 구체화되자 패각 처리 용량을 연간 35만 t으로 늘렸다. 국내 연간 패각 발생량을 감안하면, 사실상 패각 전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포스코는 처리되지 못한 패각 92만 t까지 처리할 경우 이산화탄소 41만 t을 감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 관계자들 모두 “매출액 규모는 당장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에 따르면 올해 패각 활용을 통해 절감되는 원가는 약 3억 원으로 예상된다. 6년의 기다림을 감안하면 크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경제, 환경,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추구하며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리얼밸류’ 경영을 추진하는 포스코그룹으로서는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사회와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준 혁신적인 사례로 대내외의 평가를 받았다”며 “임직원들이 사회에 기여하고픈 생각이 들게 한 자극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포스코#패각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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