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보안폰,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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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11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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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시대가 임박할수록 스마트폰 업계는 분주하다. 2030년 상용화 예정인 양자컴퓨터는 지금의 슈퍼컴퓨터라면 1만 년이 걸릴 계산을 수 초 만에 처리하는 연산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서로 다른 2개의 키를 사용하는 공개키 암호화 방식의 현 보안 시스템을 쉽게 뚫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스마트폰 하나로 연락처 동기화부터 수천만원에 이르는 결제까지 가능한 초연결 시대를 사는 지금,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양자컴퓨터 위협에 대응할 양자보안기술 개발에 분주한 이유다.

양자 특성을 활용한 보안 체계, ‘양자보안’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정보를 0이나 1로 표현하는 비트(Bit) 단위로 연산하는 반면, 퀀텀(Quantum)이라고도 불리는 양자를 활용한 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갖는 큐비트(양자비트) 단위로 연산한다. 이 때문에 하나의 비트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 차원이 다른 연산능력을 발휘한다.
현재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차이. 출처=ETRI
현재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차이. 출처=ETRI

이러한 양자에는 크게 네 가지 특징이 있다.

0과 1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중첩성’과 0, 1 모두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불확정성’, 둘 이상의 입자가 얽혀 있기 때문에 거리에 상관없이 이쪽 입자의 상태 변화가 다른 입자에도 반영되는 ‘얽힘’, 이전 상태로 복원이 불가능한 ‘비가역성’이다.

양자보안기술은 언급한 양자의 특성을 반영한 암호체계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패턴이 없는 난수를 생성하는 양자난수생성기와 송신자, 수신자 간 도청이 불가능한 암호를 주고받는 양자 암호키 분배 등이다.

양자보안폰…무엇이 다른가

기존 스마트폰에는 컴퓨터가 만든 알고리즘을 활용한 보안기술(유사난수)이 적용돼 있지만, 양자컴퓨터의 연산 능력이라면 상호 연관성을 분석해 유사난수를 푸는 것이 가능하다. 양자의 특성을 반영한 양자보안폰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상용화된 양자보안폰 안에는 양자보안기술 중 하나인 양자난수발생(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칩이 탑재돼 있다.

QRNG 칩셋 안에서 LED 광원부가 빛(양자)을 방출하고, 이 빛을 이미지센서가 감지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난수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칩셋 안에서 발생하는 빛을 하나하나의 알갱이로 표현한다면, 이미지센서는 그 빛이 몇 개의 알갱이인지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예측불가능한 이유는 그 빛의 알갱이가 어떤 경우는 99개, 어떤 경우는 101개로 그때그때 다르게 나오고, 누구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빛이 100개보다 많으면 1, 100개보다 적으면 0으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순수 난수를 생성하기 때문에 패턴을 파악할 수 없다.

이처럼 양자난수발생기는 컴퓨터가 만든 알고리즘이 아닌 양자 특성 자체를 하드웨어로 구현한 것이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없다. 따라서 컴퓨터의 알고리즘 패턴을 찾아내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패턴이 없는 불규칙한 난수를 생성하는 양자의 특성을 바탕으로 양자컴퓨터의 연산능력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지킨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세계 최초의 양자보안폰 출시

상용화된 세계 최초의 양자보안폰은 SKT와 삼성전자가 합작해 2020년 선보인 ‘갤럭시 A 퀀텀’이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칩 (2.5 x 2.5mm) 안에 QRNG 원천 기술을 담아 스마트폰에 탑재해 양자보안폰을 구현했다.
갤럭시 A 퀀텀에 탑재된 QRNG 칩. 출처=SKT

QRNG 칩을 탑재한 퀀텀폰은 양자보안폰의 출발을 알린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QRNG 기술이 양자컴퓨터가 일으키는 보안 위협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도래하는 양자컴퓨터 시대를 맞아 보다 진보된 양자보안기술을 스마트폰에 탑재해 데이터를 지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 연구단체 등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스마트폰 보안을 지키기 위한 양자보안기술은 기술적인 난이도 때문에 단기간에 완성할 수는 없지만, 궁극의 보안 통신을 완성하기 위한 핵심기반”이라며 “지속적이고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양자보안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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