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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尹 “다수의 힘으로 억압하는 반지성주의에 민주주의 위기”

입력 2022-05-11 03:00업데이트 2022-05-1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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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자유 확대’와 ‘빠른 성장’으로 나라 재건”
윤석열 대통령 취임… 국정비전 제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서 1호 법안 서명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취임 후 1호 법안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강인선 대변인,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 최영범 홍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일성으로 ‘자유의 확대’와 ‘도약과 빠른 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20대 대통령으로서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이러한 나라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핵심 키워드로 ‘자유’를 강조했다. 총 16분 분량의 원고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차례 언급했다. 그는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말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정치, 경제적 자유가 널리 보장된 곳에서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다는 것이다. 국정 운영의 핵심 철학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회복’을 내세운 배경도 이러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며 “자유 시민이 되려면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 온 화두인 공정한 기회 보장, 약자에 대한 배려 등도 ‘자유의 확대’라는 차원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이날 취임사에는 통상 희망을 강조하는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와 달리 민주주의의 위기, 양극화의 심화, 북한의 핵 개발 등 한국 사회가 처한 위기에 대한 진단이 많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우선 초저성장, 대규모 실업, 양극화 등을 거론하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반(反)지성주의’를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집단적 갈등에 의해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해법으로 ‘도약과 빠른 성장’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실험 재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대북 메시지도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북한 경제와 주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4만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1호 결재’로 국회로 보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서명했다. 이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 7명을 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 나타난 새 정부 국정기조


尹대통령 취임 선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6분간의 취임사를 통해 35번에 걸쳐 ‘자유’를 언급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의 10일 취임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시대적 소명으로 시작한다. 이어 한국 사회 앞에 닥친 주요 난제로 반(反)지성주의,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 북한의 핵 개발을 꼽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윤 대통령은 자유, 성장, 공정, 인권, 연대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정치가 제 기능 못해”… ‘巨野-일부 노동단체 겨냥’ 해석 나와
■ 국내 정치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정치’를 꼬집었다. 팬데믹, 교역 질서의 변화,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등 각종 국내외 현안을 거론하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반(反)지성주의’를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려면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유의 가치’를 꺼내 들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반지성주의’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윤 대통령이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정치 영역에서 사실 여부가 무의미해진 현실과 더불어민주당의 ‘다수당 독주 프레임’, 목소리가 큰 일부 노동단체의 과잉 대표성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취임사 작성에 관여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진영에 상관없이 어떤 공동의 전제가 있어야 토론을 통해 더 나은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며 “반지성주의는 이런 전제 자체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장점을 취할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성장으로 양극화 근원 제거”… 과학-기술-혁신 해법 제시
경제 정책

윤 대통령은 ‘도약과 빠른 성장’도 강조했다. 그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 문제는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룩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함으로써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도약과 빠른 성장의 해법으로는 ‘과학과 기술, 혁신’을 제시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로는 ‘자유의 확대’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면서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준비하며 “카테고리별로 공약을 나열하는 식의 취임사는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는 철학, 한국이 더 나은 발전으로 갈 수 있는 원칙과 철학을 취임사에 담길 바랐다”면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 등의 가치를 강조한 게 그런 이유”라고 전했다.

“北 실질적 비핵화땐 담대한 계획”… 한미동맹 통한 안보 의지
북핵 해법 윤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는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그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며 한미 동맹 등을 통해 안보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북 구상은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비교적 짤막한 수준이다. 이는 북핵 실험 재개가 우려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수도, 북한을 자극할 수도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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