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문제 풀어야 알람 꺼져”… 잠 확실히 깨우는 ‘미션 알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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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개국서 알람앱 1위, 딜라이트룸 ‘알라미’의 성공 비결

알라미는 수학 문제 풀기, 앉았다 일어나는 스쾃 등 간단한 미션을 수행해 알람을 해제하는 ‘미션 알람’으로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딜라이트룸 제공
알라미는 수학 문제 풀기, 앉았다 일어나는 스쾃 등 간단한 미션을 수행해 알람을 해제하는 ‘미션 알람’으로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딜라이트룸 제공
‘55+24=?’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면 계속 울리는 알람이 있다. 알람 소리를 견디다 못해 휴대전화 전원을 껐다 켜도 어김없이 울린다. 알람을 해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답을 맞히는 것. 미션을 완료할 때까지 끈질기게 울리는 탓에 ‘악마의 알람’이란 별칭을 얻은 앱, 국내 스타트업 딜라이트룸이 개발한 알라미(Alarmy)다. 2012년 론칭한 알라미는 97개국 애플 앱스토어 내 ‘라이프스타일’ ‘생산성’ 등의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서비스 론칭 후 매년 흑자를 달성하고 지난해 기준 매출 130억 원, 영업이익 약 6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5%에 달하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자력으로 이뤄낸 성과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44호(2022년 5월 1호)에 실린 알라미의 성공 비결을 요약해 소개한다.
○ ‘잠을 확실히 깨운다’는 미션에 집중
알라미는 수학 문제, 스쾃 등 독특한 기상 미션으로 사용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흔들어서 알람을 해제하는 등 미션 기능을 탑재한 알람 앱은 기존에도 있었다. 알라미가 다른 알람 앱을 압도할 수 있었던 강점은 오히려 다른 데 있다. 바로 ‘잠을 깨운다’는 알람의 본질에 집중한 것이다.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앱을 비롯한 대부분의 알람 앱에는 시계, 스톱워치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돼 있다. 알람 앱에서 시간을 확인하거나 스톱워치를 사용하는 것이 사용자들에게 익숙하니 부가 기능으로 추가하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딜라이트룸은 알람 기능만을 고수했다. 단순히 익숙하다는 이유로 추가하기보다는 진짜 풀고자 하는 문제, 사람들을 잘 깨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사용자들의 잠을 깨우려면 무엇보다 알람이 제시간에 울려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도 기술적인 장벽이 꽤 크다.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 등 운영체제(OS)의 가이드라인대로 앱을 만들어도 알람이 울리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배터리가 빨리 닳지 않도록 일부 기능에 제한을 걸거나 아이폰의 경우 무음 모드를 해놓으면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 알람이 제때 안 울려도 그 원인이 시스템에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않는 알람 앱도 많다. 그러나 딜라이트룸의 생각은 달랐다. 1년에 한 번이라도 알람이 안 울리는 앱이라면 사용자들이 불안해서 다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딜라이트룸은 다양한 기종의 스마트폰을 구입해 알라미가 제시간에 울리는지 일일이 성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딜라이트룸은 현재 각 스마트폰 제조사의 신제품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해외에서 출시된 제품은 직구를 통해서라도 구해 놓는다. 현재 사무실에 구비한 스마트폰은 더 이상 소비자 수요가 없는 오래된 기종을 제외한 100여 종에 달한다. 새로운 휴대전화 출시나 업데이트가 있을 때는 물론이고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피드백이 접수됐을 때는 해당 계정의 기록을 확인해 당시 환경을 재현하며 테스트하고 있다.

알람 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인 ‘QA Room’도 사무실 한편에 따로 마련했다. 여러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모든 휴대전화에 설치된 알라미가 어떤 상황에서도 잘 울리도록 오류를 줄여 나가고 있다.
○ 제품이 1순위
딜라이트룸은 사업 초기 마케팅 비용을 아예 쓰지 않았다. 현재도 마케팅을 통해 알라미 앱에 유입되는 비율은 5% 미만이다. 마케팅 없이 글로벌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제품의 힘 자체에 있었다. ‘사람들이 알라미로 진짜 기상을 잘할 수 있게 되면 기상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추천하지 않겠어’라는 생각으로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제품성을 위해 수익을 포기하기도 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쯤 됐을 당시 광고 담당 팀이 앱에 전면 배너 광고를 넣어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결과는 좋았다. 고객 이탈 없이 수익만 2배 이상 늘었다. 당시 광고가 유일한 수익 모델이었기 때문에 1년 매출이 2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딜라이트룸은 전면 광고를 추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객 이탈이 없었다 한들 광고가 초기 화면부터 큼지막하게 노출되는 앱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우리의 첫 번째 광고 원칙이 ‘사용자에게 광고가 많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전면 광고는 언제든 시도할 수 있으니 우선은 최상의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 사용자를 중심에 둔 의사 결정
알라미가 글로벌 사용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사용자를 중심에 둔 의사 결정이다. 딜라이트룸은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바라보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매주 VOC(Voice of Customer)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VOC 미팅에서는 매주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쏟아지는 사용자 의견 원문 수백 개를 직원들이 함께 읽으며 서비스 개선점을 논의한다. 최고제품책임자(CPO), 각 팀 리더 등 의사결정자를 비롯해 원하는 직원만 참여하게 했는데도 직원 참여율은 절반 이상에 달한다.

고민삼 한양대 ERICA ICT융합학부 조교수는 “알라미는 ‘미션 알람’이란 의도적인 불편함을 제공해 사용자의 기상을 유도하기 위해 섬세하게 설계된 서비스”라며 “사용자들의 제각기 다른 성향과 선호의 문제를 다양한 미션 도입으로 해결했고, 이는 알라미가 많은 사용자의 호응을 얻는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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