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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푸틴 “서방이 영토 침략” 침공 정당화… 전승절 승리선언 못했다

입력 2022-05-10 03:00업데이트 2022-05-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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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이 예상했던 중대 발표 없어, “계획들 성과낼것”… 전쟁 계속 시사
표정 어둡고 “우리軍 죽음 고통”… 공개 유력했던 ‘둠스데이’ 안보여
英국방 “푸틴, 약간 절망한 기색”
‘우크라 침공’ 러시아가 연 2차대전 승전 기념식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7주년 기념일인 9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 사진 가운데)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승전 퍼레이드를 마친 뒤 참전 군인들과 함께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러 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열병식 퍼레이드에 등장한 핵탄두 탑재 RS-24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자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리(러시아) 영토를 침략하려는 서방의 준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11분간의 연설 내내 “서방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전쟁 책임을 모두 서방에 돌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푸틴의 연설에 (서방 당국이 예상한) 중대 발표는 없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식 (전면전) 선전포고도, (이를 위한) 국민 총동원령도, 핵무기 사용 위협도 없었다”며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승리했다는 선언에 따른 긴장 완화 신호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열병식 뒤 돈바스 전투에서 사망한 대대장의 아버지를 만나 “모든 계획은 이행될 것이고 한 치의 의심 없이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목표 달성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승리로 가는 길은 어렵지만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서방의 대규모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과 고전 속 공세를 강화하는 러시아군 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푸틴 연설에 英 “약간 절망한 기색”
이날 열병식 행사장에 들어선 푸틴 대통령은 2차대전 참전용사들과 악수를 할 때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 때 미소를 잠깐 지은 것 외엔 대체로 어두운 표정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점령을 공언한 동부 돈바스 지역 승리 선언마저 나오지 않은 데는 러시아군 일부가 퇴각하거나 점령이 지연되는 등 고전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돈바스의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공세 작전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라는 단어를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채 러시아군이 “우리 영토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동남부 등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모든 병사와 장교의 죽음은 우리에게 고통스럽다”고 밝히며 사상자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다. 사상자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민심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2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약간 절망한 기색이 보인다”며 “푸틴은 그가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고 있다”고 평가했다.
○ 러 “핵전쟁 시 나토국 30분 만에 파괴”
러시아는 1만 명 이상 군인이 참가해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열병식에서 등장이 예상됐던 핵전쟁 대비 공중 지휘통제기 ‘둠스데이’(최후의 날)를 선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대통령실 크렘린궁은 열병식에 앞서 기상 악화를 이유로 77대의 전투기를 동원한 에어쇼를 취소했다. 열병식을 생중계한 영국 텔레그래프는 “비가 오지도 않은 날씨를 보면 기상 악화라고 볼 수 없는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4 야르스’와 전술핵무기 탑재 이스칸데르 등은 열병식에 등장시켰다.

이날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사장은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은 30분 만에 파괴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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