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한 시절 앞장서 간 분” “고인의 삶 재조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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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지하 시인 빈소 각계 조문 발길
손학규 “달변에 노래도 잘했던 분”… 이근배 “변절 아닌 시대 맞게 변화”
임진택-김영동 등 ‘오랜 친구들’ 찾아
내일 발인… 49재에 서울서 추모행사

9일 강원 원주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마련된 김지하 시인의 빈소를 찾은 방문객이 조문하고 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 고인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한 인사들도 조문했다. 원주=뉴스1
9일 강원 원주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마련된 김지하 시인의 빈소를 찾은 방문객이 조문하고 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 고인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한 인사들도 조문했다. 원주=뉴스1
8일 향년 81세로 별세한 김지하 시인의 마지막 길을 지킨 건 오랜 친구들이었다. 강원 원주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9일 마련된 빈소에는 고인과 함께 서울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찾아와 조문했다. 손 전 대표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이미 김지하 선배는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운동을 이끌던 큰 사람이었다”며 “항상 달변이었고 노래를 참 잘하던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오정희 소설가도 “고인은 엄혹하던 한 시절을 앞장서 갔던 분이었다”고 애도했다.

고인의 작품으로 마당극을 만든 임진택 연출가, 문화운동을 함께 한 김영동 음악감독, 재야운동 동지인 이부영 전 국회의원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재야 운동권 출신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자리를 지켰다.

고인의 삶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과리 문학평론가는 “고인은 오랫동안 영어의 몸으로 고난을 당한 뒤 생명사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민주화의 움직임이 민족주의로 기울 때 생명사상 행보를 보이며 민중문학과 거리를 뒀지만 ‘변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고인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호 나남출판 회장은 “이 시대 거인의 말년 발자국이 조금 거칠다고 비판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근배 시인은 “변절이 아니라 시대상에 맞게 생각을 변화한 분”이라고 했다. 김봉준 화백은 “고인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평가하지 말고 예술적 성취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용희 문학평론가, 최창근 극작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도 조문했다.

고인은 8일 오후 4시경 세상을 떠나며 어떤 말이나 글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눈을 깜빡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은 채 가족과 작별했다. 임종은 둘째 아들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부부와 이사장의 장인, 장모가 지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지하 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많은 국민의 마음을 흔들었고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추모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는 화환을 보내 애도했다. 49재인 6월 25일 서울에서 고인의 사상과 문화적 업적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린다. 행사를 기획한 이청산 전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은 “추모행사가 고인에게 적대적이었던 문화예술인들이 화해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발인은 11일 오전 9시.



원주=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김지하 시인#조문#문화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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