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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KAIST에 300억 ‘익명기부’ 50대… “필요이상의 돈이 쌓이는 것 부담”

입력 2022-05-10 03:00업데이트 2022-05-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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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300억이상 기부중 최연소
“큰돈 책임 떠넘겨 오히려 미안”
장학금-의과학 연구지원금 사용
“살아가는 데 필요 이상의 돈이 쌓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항상 있었다. 젊은 나이에 기부하게 돼 이제부터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KAIST는 익명의 50대 기부자가 최근 3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고 9일 밝혔다. KAIST 개인 기부로는 역대 일곱 번째로 큰 금액이자, 300억 원 이상 기부자 가운데 최연소다. KAIST 측은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50대에 집과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만 남겨두고 대부분의 재산을 기부한 흔치 않은 사례라고 전했다.

KAIST는 이 같은 기부 내용을 밝히며 “익명의 50대 기부자는 자신을 위한 씀씀이에는 엄격했지만 근검절약 정신으로 재산을 일궈 소외계층과 불치병 환자들을 10년 넘게 꾸준히 도운 분”이라며 “그는 이 기부가 KAIST의 젊음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결합해 국가 발전뿐 아니라 전 인류 사회에 이바지하는 성과를 창출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평소 기부에 관심이 많은 그는 사회적 기업을 세워 오랜 기간에 걸쳐 기부할까도 고민했으나 교육 기부가 가장 효과가 크다고 보고 KAIST를 택했다고 했다. 결심한 후에는 거침이 없었다. 기부자가 지난달 21일 KAIST 발전재단에 부동산 기부 의사를 처음 밝힌 이후 13일 만인 이달 4일 부동산의 명의 이전이 완료됐다. 손선권 KAIST 발전재단 사무국장은 “기부를 하시겠다고 하면 보통은 많이 여쭤보시고 결정을 하지만 이분은 결정은 오래전에 하신 듯 곧바로 기부 의사를 전달하셨다”고 말했다.

이런 결심을 하는 데는 KAIST를 나와 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의 영향이 컸다. 그에게 모교 후배를 채용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를 물었더니 “KAIST 출신은 열심히 한다. 그것도 밤을 새워서 열심히 한다”고 답하는 것을 듣고 KAIST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기부자는 이름, 나이, 성별 등 신원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기부 약정식 행사나 KAIST 관계자와의 만남도 극구 사양했다. 서류 작업 때문에 KAIST를 방문하면서도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이렇게 큰돈이 내게 온 것은 그 사용처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한 하늘의 배려라고 생각된다. 이 책임을 KAIST에 떠넘기게 되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AIST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과 의과학·바이오 분야 연구 지원금으로 이번 기부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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