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텅스텐광산 30년만에 부활…국내공급 못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9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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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청 전경. 뉴스1
강원 영월군청 전경. 뉴스1
반도체, 전기차 등에 쓰이는 핵심 광물 공급량 확보에 주요국이 힘을 쏟는 가운데 한국의 텅스텐(중석) 광산이 30여 년 만에 채굴을 재개한다. 9일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 강원도 영월군 상동광산은 텅스텐 채굴을 곧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호주 리튬과 미국 희토류 등을 포함한 핵심 광물 공급망 프로젝트의 하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계 각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분위기 속에 국내에서 핵심 자원 텅스텐을 다시 캐게 됐지만 국내 공급은 불가능하다. 상동광산은 한국 기업이 아니라 외국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텅스텐 수요량의 70%를 수입하고 있다.

코발트 리튬 니켈 망간과 함께 핵심 5대 광물로 꼽히는 텅스텐은 화합물이나 합금 형태로 전기전자 분야에 많이 쓰인다.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 총알을 비롯한 무기의 각종 탄(彈)류 제작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기술에 쓰이며 사용량이 늘어 가격도 뛰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에서 텅스텐 생산물 핵심 원자재인 파라텅스테이트 가격은 t당 346달러로 지난해보다 25% 이상 상승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비싸다.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부존(賦存)량의 60%, 생산량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텅스텐 연간 수입량의 약 70%가 중국산이어서 의존도가 높다. 정부는 지난해 말 ‘요소수 사태’가 터지자 공급망 편중을 막기 위해 핵심품목 200여 개를 선정했다. 이 중 텅스텐은 ‘20대 우선관리품목’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과거 텅스텐 수출국이었다. 유엔(UN)에 따르면 1944년 한국에서 생산된 텅스텐은 7402t이었다. 6·25전쟁 이후에는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당시 상동광산을 비롯해 경북 옥방광산, 대구 달성광산, 충북 월악광산, 충남 청양광산 등에서 텅스텐을 채굴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국이 저가 텅스텐을 수출하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상동광산은 국영기업 대한중석이 보유하다가 민영화돼 여러 기업을 거쳐 2015년 캐나다 광산개발사 알몬티로 넘어갔다. 2018년 알몬티는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고 지난해 5월 텅스텐 광산 개발을 본격화하는 ‘상동프로젝트’를 띄웠다. 이 프로젝트는 알몬티 본사와 해외자본이 진행하며 현재 불순물 제거 시설만 국내에 갖출 계획이다.

상동광산 텅스텐 매장량은 약 5800만 t이다. 품질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상동광산 광물 내 텅스텐 함량은 0.44%로 중국(0.19%), 세계 평균(0.18%)의 두 배가 넘는다.

본격 채굴이 시작되면 상동광산 텅스텐은 제조 및 판매업체인 미국 GTP에서 제련 과정을 거쳐 미국산으로 판매된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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