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인 김지하 추모 “韓 자유민주주의 성장·성숙할 수 있었다”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5월 9일 09시 18분


코멘트
(왼쪽부터) 故 김지하 시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동아일보DB.
(왼쪽부터) 故 김지하 시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동아일보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8일 별세한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을 향한 추모의 글을 남겼다.

윤 당선인은 9일 페이스북에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적으면서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지하 시인이 발표한 시”라며 “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김지하 시인의 위대함은 체제에 저항하는 참여시인을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생명의 가치를 위해 사상의 지평을 확대하고 직접 발언한 데 있다”며 “시인이 오해와 비판을 감수하며 말하지 않았다면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양심은 지금처럼 성장하고 성숙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감사했다. 고인의 시와 생각은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하 시인은 8일 오후 4시경 1년여의 투병 생활을 한 끝에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6년 서울대 미학과를 나와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비’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 등단했다. 이후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이자 민족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주목받았다.

1970년 풍자시 ‘오적’으로 구속되는 필화를 겪고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 정지로 석방됐다.

고인은 1980년대 이후 생명 사상을 정립하는 데 몰두했다. 옥중 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서적을 탐독하면서 생명 사상을 깨쳤다. 1990년대에는 절제의 분위기가 배어나는 내면의 시 세계를 보여줬다. ‘중심의 괴로움’(1994년), ‘비단길’(2006년), ‘새벽강’(2006년), ‘못난 시들’(2009년), ‘시김새’(2012년) 등 시집을 꾸준히 펴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과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과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 만해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노벨문학상·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1973년 소설가 박경리 씨의 딸 김영주 씨와 결혼했으며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던 김 씨는 2019년 세상을 떠났다.

김지하 시인의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