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군 10명중 3명은 53세 이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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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지나 계약직 형태로 근무도
1990년 이후 출생자는 12% 그쳐
기형적 인력구조에 우려 목소리

2일 찾아간 현대삼호중공업 영암조선소에선 지금의 기형적 인력 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난해 6월 기준 현대삼호중공업의 생산직군 종사자 8408명 중 1950년대와 60년대에 태어난 53세 이상 근로자가 2337명(27.8%)으로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다. 조선업의 경우 만 60세에 정년퇴임을 하더라도 계약직 형태로 근무하는 사람이 많다. 1970년대생이 3006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고, 1980년대생이 2019명으로 뒤를 잇는다.

반면 1990년 이후 출생자는 1046명(12.4%)에 그쳤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에게 조선업이 ‘3D 업종’으로 각인되면서 산업 전반에 인력 충원이 어려워진 상황이다”라며 “과거 정형화된 작업 공정을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는 대신 인력을 줄였던 일본의 표준선 시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침체기 때 앞선 세대가 겪은 조선업의 고용 불안정성도 이런 기피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호황기가 올 때마다 즉각 인력을 충원하긴 어렵다. 불황이 와도 인력을 보전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그간의 침체기에는 업체들이 여러 번 구조조정을 해와 조선학과 제자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져갔다”고 말했다.

제조업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저숙련, 저임금 업무에서 젊은 인구의 유입을 크게 바라긴 힘들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그래서 기초적인 작업 공정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맡기거나 인건비가 싼 해외 업체에 외주를 맡기고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공정만 국내 조선소에서 담당하는 대안도 거론된다.

우종훈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 산업은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구조에 매몰돼 국내만 생각하기보단 글로벌 공급망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서울대도 국내 다른 대학교와 심지어 국외 대학의 학생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조선학과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조선해양공학 분야에서 초일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국제적인 허브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삼호중공업#생산직#인력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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