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후보” vs “능력 없는 후보”…충남도지사 불꽃대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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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6·1지방선거|양승조-김태흠 초반 여론조사 박빙
권역별 공약 제시하며 표심 공략…‘천안-아산-당진’이 최대 승부처

8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충남 예산 수덕사를 찾은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왼쪽)와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가 합장을 하고 있다. 양승조·김태흠 후보 캠프 제공
8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충남 예산 수덕사를 찾은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왼쪽)와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가 합장을 하고 있다. 양승조·김태흠 후보 캠프 제공

“김태흠 후보는 준비 안 된 후보다. 원내대표 나오려다 등 떠밀려 나왔다.”(양승조 더불어민주당 후보)

“양승조 후보가 지난 4년 동안 해놓은 게 뭔가? 준비만 하는 능력 없는 후보다.”(김태흠 국민의힘 후보)

6·1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맞붙은 두 후보가 연일 날선 공방 속에 표밭을 누비고 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초반 여론조사 결과는 두 진영의 신경전에 불을 붙이고 있다.
● 초반 여론조사 ‘엎치락뒤치락’
4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양 후보는 오차범위(±3.5%포인트) 안에서지만 앞섰다. 한국갤럽에 의뢰해 충남의 만 18세 이상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양 후보는 46.0%, 김 후보는 39.6%의 지지율을 기록해 6.4%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7일 발표한 조사는 반대였다. 충남의 만 18세 이상 805명을 대상으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가 46.2%, 양 후보가 39.9%를 얻어 6.3%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이들 두 여론조사 중간에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누굴 뽑을 것인가’란 물음에 38.8%가 김 후보, 37.5%가 양 후보를 지지했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양 후보 36.6%, 김 후보 35%였다.

여론조사 결과는 두 캠프 모두에 ‘의외’였다. 현직 지사 출신으로 꽤 앞선 지지도로 출발할 것을 기대했던 양 후보 측은 약간 당황하는 눈치다. 새 정부 출범에 기대를 걸면서도 초반 약세를 예상했던 김 후보 측은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지지율이 초박빙세를 보이자 두 진영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양 후보는 6일 한 방송에 출연해 “누구 등에 업고 선거를 치르고, 민심을 얻는다는 것은 시대착오”라며 ‘윤(尹)심’을 강조하는 김 후보를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집권 여당 도지사로서 무슨 성과를 냈나. 충남 혁신도시 지정 1년 반이 지나도록 공공기관 하나 유치했다는 소리 듣지 못했다”며 목청을 높였다.
● “준비된 후보에게…” vs “새 정부와 함께…”
양 후보 측은 지난 4년간의 도정 성과를 바탕으로 민선 8기 충남 도정을 발전시킬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양 캠프 관계자는 “양 후보가 도지사를 지내면서 저출산·고령화·양극화 극복 복지정책, 충남 혁신도시 지정과 방송국(KBS) 유치, 충남 서산공항, 서해선 복선화 및 수도권 직결 등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며 “실적을 내본 사람만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후보 측은 △천안아산 고속철도(KTX) 역세권에 연구개발(R&D) 집적지구 완성 △서해선과 경부고속철 직결로 수도권 1시간 내 이동 실현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으로 충남 혁신도시 완성 △환황해권 경제권의 중추 관문 ‘충남 서산공항’ 건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천안역까지 연장 운행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 측은 “양 후보의 저출산·고령화·양극화 극복 복지정책은 중앙정부가 중심을 잡고 가야 할 문제다. 충남 혁신도시 지정 1년이 넘도록 공공기관 하나 유치하지 못하고 천안역을 수십 년째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 반세기 만에 충남의 아들 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한 만큼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가능성을 역설했다.

김 후보 측은 △천안·아산을 신혁신 디지털 첨단수도로 개발 △홍성·예산을 친환경·에너지·문화예술 허브로 개발 △당진·서산·태안·보령·서천을 국제 및 미래 해양레저 실크로드로 개발 △공주·부여·청양을 역사·전통·현대를 잇는 명품 관광도시로 개발 △계룡·논산·금산을 국방클러스터 및 스마트 국방산업단지로 개발 등의 권역별 공약을 제시했다.

두 후보 진영 모두 충남 인구의 60%를 넘는 ‘천안-아산-당진’ 벨트를 최대의 승부처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가능한 화력을 이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서는 양 후보가 이 지역에서 다소 앞서고 있다.

도지사 재임 시절에도 이 지역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온 양 후보는 5대 공약의 상당 부분을 이 지역에 할애했다. 양 후보 측은 “양 후보가 천안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 지역 주민들이 젊은층이 많은 데다 수도권 성향으로 분석돼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은 천안-아산-당진 벨트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선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책에 부심이다. 김 후보 측은 지난달 28일 아산 현충사를 방문해 “GTX는 천안에 이어 아산까지 연장해야 할 중요성을 잘 알기에 신중히 검토해 충남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윤 당선인의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이 지역 표심에 호소했다.

경기와 더불어 충청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양측은 중앙정치 상황에도 민감한 분위기다. 양 후보 측 관계자는 “‘검수완박’ 등으로 중앙정치 여론이 민주당에 불리한 가운데 양 후보가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하는 것은 인물론과 정책의 디테일함에서 앞섰기 때문”이라며 “다만, 청와대 개방과 한미 정상회담 등에 대한 중앙당의 대처가 부적절할 경우 자칫 새 정부 발목잡기로 비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 후보 측은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지원 속에 보조를 맞춰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추진력을 갖추고 윤 당선인의 지지를 받는 김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본다”며 “새 정부가 출범 초기에 예기치 않은 실책을 하게 된다면 기대감이 우려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도지사#6·1지방선거#양승조#김태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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