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한 번 냉정하게 볼까요[영감 한 스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7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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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미술계
눈여겨 볼 소식

앙리 마티스, Large Reclining Nude, 1935년. © 2022 Succession H. Matiss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앙리 마티스, Large Reclining Nude, 1935년. © 2022 Succession H. Matiss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새롭게 개편된 영감한스푼 ‘이번주 미술계’를 보내드립니다.

이번주 가장 눈여겨 보실만한 소식은 바로 앙리 마티스의 대규모 회고전이 미국과 프랑스 파리, 니스 세 곳의 미술관을 순회하며 열린다는 뉴스입니다. 마티스의 예술세계가 무르익은 1930년대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라고 하네요.

그 다음으로는 지난달 개막한 미술계 큰 행사 중 하나인 베니스비엔날레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앙리 마티스 전시:

올해는 미국 필라델피아, 뉴욕에서 그리고 내년에는 프랑스 파리와 니스에서 마티스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어요. 여행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체크해보세요!

베니스 비엔날레, 냉정하게 볼까요 :

2년 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 권위의 비엔날레’ 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해외 미술계에서는 크게 보도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전 세계 작가들이 모이는 주요 행사는 맞지만, 권위에는 의문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베니스 비엔날레를 냉정하게 한 번 바라보겠습니다.

○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마티스 전시


앙리 마티스, 창문 밖 타히티 II, 1935년.  ⓒ 2022 Succession H. Matiss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앙리 마티스, 창문 밖 타히티 II, 1935년. ⓒ 2022 Succession H. Matiss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프랑스의 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립니다! 얼마전 한국에서 열린 드로잉전을 영감한스푼에서 다뤘는데요.

마티스의 진면목은 색채죠. 올해 미국이나 내년 프랑스 여행 계획이 있으시다면 일정을 체크해보세요. 직접 가지 않으시더라도 주요 작품 자료가 공개되면 ‘영감한스푼’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전시는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올해는 미국의 두 미술관에서 전시가 열립니다.

▲ 1930년대의 마티스,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2022.10.19~2023.01.29

▲ 빨간 스튜디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2022.05.01~2022.09.10

▷ ‘1930년대의 마티스’ 전은 내년에 프랑스 파리 오랑주리미술관(2023.02.27-05.29), 프랑스 니스 마티스미술관(2023.06.23-09.24)으로 순회를 합니다.

▷ ‘빨간 스튜디오’전은 올해 하반기에 덴마크 코펜하겐 국립미술관(2022.10.13~2023.02.26)으로 순회를 합니다.



전시 내용이 궁금해요

앙리 마티스, Woman in Blue, 1937년. ⓒ 2022 Succession H. Matiss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앙리 마티스, Woman in Blue, 1937년. ⓒ 2022 Succession H. Matiss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1930년대의 마티스는 작품 100여 점과 다큐멘터리 사진, 영화까지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라고 합니다. 마티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 ‘춤’이 1931~33년 그려졌답니다. 이 무렵 마티스는 여성 초상화를 넘어 ‘춤’처럼 더 과감한 예술 세계를 보여줍니다. 이 시기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는 전시입니다.

앙리 마티스, 빨간 스튜디오, 1911년
앙리 마티스, 빨간 스튜디오, 1911년




빨간 스튜디오는 마티스의 1911년 작품 속에 있는 그림 6점과 조각 3점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마티스는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에 대해 “그림을 보고 작업실에 온 사람들은 항상 두리번거렸고 나는 ‘빨간색은 없습니다’라고 말해주곤 했다”고 합니다. 작가가 현실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감각에 따라 그린다는 것을 말하는 이야기죠. 그림 속 작품을 실제와 비교해보며 작가의 감각을 직접 가늠해볼 수 있을 전시입니다.

마티스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 부유한 곡물상의 아들: 프랑스 북부 르 샤토 캉브레라는 지역에서 태어난 마티스의 부모님은 작은 점포에서 시작해 열심히 노력하며 가게를 키운 부유한 곡물상의 아들입니다. 이 가게 한 켠에서 물감을 팔아 어릴 때부터 다양한 색채를 접했다고 합니다.

▲ 마티스 가문의 바보x3: 상업으로 성공한 마티스의 아버지는 아들이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앙리 마티스는 이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잠시 일하지만 결국 파리로 가 그림 공부를 시작하죠. 이 소식을 들은 지역 사람들은 가업을 물려받지 않은 앙리 마티스를 ‘삼중 바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 늦깎이 미술학도: 집안의 반대로 늦게 미술학교에 입학한 마티스는 ‘남들처럼 그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끊임없이 절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치열하게 노력했고요. 그는 “누가 뭐라해도 작업만이 살 길이다.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빠져나올 길은 그림밖에 없다.”고도 했었답니다.

▲ 타협하지 않은 자유 영혼: 마티스가 ‘야수파’로도 잘 알려져 있죠. 당시 그림에 비하면 색채도 폭력적이라 할 정도로 강렬하고, 형태도 모든 군더더기를 걷어낸 벌거벗은 듯한 조형언어입니다. 지루함, 반복을 경멸했던 마티스는 항상 새로운 것, 이전에 없던 것을 위해 비난을 받더라도 밀고나간 자유 영혼이었습니다.

○ 베니스 비엔날레, 냉정하게 볼까요

Baya Mahieddine, Femme au panier et coq rouge, 1947. Collection Adrien Maeght, Saint Paul. ⓒ Photo Galerie Maeght, Paris
Baya Mahieddine, Femme au panier et coq rouge, 1947. Collection Adrien Maeght, Saint Paul. ⓒ Photo Galerie Maeght, Paris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가 개막하고, 최고 작가와 최고 국가관 상이 각각 미국 작가 사이먼 리와 영국관 소니아 보이스에게로 돌아갔습니다.

2년 마다 열리는 미술전인 베니스비엔날레는 전세계 미술인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라는 의미가 있지만, 정말 그렇게 중요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해보겠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무엇인가요?

베니스 비엔날레는 1893년 바티칸시가 시작한 ‘이탈리아 예술 격년전’이 출발입니다. 이 전시는 다음해 외국인 작가도 참가를 할 수 있게 되고, 또 그 이후에는 각 국에서 ‘국가관’을 만들어 전시장을 열면서 대규모 국제 전시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로버트 라우셴버그, 백남준 등 유명 작가들이 거쳐간 흔적이 베니스 비엔날레의 권위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권위가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베니스를 향한 의문의 시각들

▲ 예술도 올림픽이 되나요? : 베니스 비엔날레를 두고 미술계 사람들은 흔히 ‘미술 올림픽’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올림픽과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는데요.

우선 국가별로 전시관을 구성한다는 점, 그리고 비엔날레가 개막하면 이들 국가관 중 몇 곳을 선별해 상을 준다는 점이 올림픽과 아주 유사합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개별적 가치관과 작가의 고유 조형 언어로 작품 세계를 펼치는 예술을 1,2,3등으로 줄을 세울 수 있을까요? 그것은 누가 정하는 것이죠? (심사위원이 정하긴 합니다만) 그 심사위원은 누가 결정하나요?

▲ 과거의 영광을 붙잡으려는 간절한 몸부림 : 누가 예술의 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누구’를 조명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 이탈리아가 주최한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한데요. 여기에는 세계 미술사의 역학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처음 개최될 무렵 프랑스 파리에서는 인상파가 태동했죠. 이 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미술 최고의 권위를 가진 국가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지는 점차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그리고 최근에는 독일로 넘어오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 바티칸시가 국제전을 개최한 것은 여전히 ‘미술 권위국’으로서의 영광을 붙잡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유럽을 떠나 전 세계로 확장된 미술사에서는 사실 가느다란 지푸라기를 잡는 것과도 같은 일이지요.

▲ 그 많은 돈은 어디서 왔나 : 베니스 비엔날레에 가장 많이 제기되는 비판이 바로 ‘돈’ 문제 입니다. 비엔날레측은 각 국가관에 전시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습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각 국은 스스로 예산을 마련해 전시에 참여하는데, 이탈리아가 주도권을 쥔 게임에 국가가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지 의문이 나옵니다. 그리고 여기서, 시장이 개입을 하게 됩니다. 작품을 판매하려는 대형 갤러리나 기업이 후원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베니스 비엔날레는 공공 국제전이 아니라 사실상 시장 홍보전으로 봐야 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실제로 베니스 비엔날레는 1942년부터 1968년까지 직접 작품 판매를 중개했고, 10% 수수료를 가져갔습니다. 1968년 판매 금지가 되면서 자금 조달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죠. 이 때문에 ‘전시 후원’의 형태로 간접적 판매 홍보가 이뤄지게 됐습니다.

또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비슷한 시기에 국제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열리게 되는데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작가의 작품이 아트바젤에서 판매되는 모습을 매우 자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파올로 바라타 베니스 비엔날레 대표는 “우리는 시장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시장을 벗어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시장이 비엔날레를 이용하는 것도 알기에 필요하다면 주류를 벗어난 방향을 갈 것”이라고 2019년 밝히기도 했답니다.

※ ‘영감 한 스푼’은 국내외 미술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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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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