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대위장도 맡아 진두지휘…安 “내 한 몸 던져 수도권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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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안철수, 당권 앞으로… 대선 두달만에 정치복귀
李계양을-安분당갑 6·1보선 출마
국회입성 뒤 당권도전 수순 밟을듯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6·1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6일 공식화했다. 이 전 지사는 인천 계양을에, 안 위원장은 경기 성남 분당갑에 각각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다. 3·9대선 이후 58일 만에 재등판하는 것으로, 그동안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최소 1년 이상의 휴지기를 거친 뒤 복귀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이 전 지사와 안 위원장 모두 우선 원내에 입성한 뒤 추후 당권까지 도전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이 전 지사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5선을 지냈던 인천 계양을에 전략 공천한다고 밝혔다. 이 전 지사는 6·1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맡는다. 이 전 지사는 대선 패배 직후만 해도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복귀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예상보다 복귀 시점이 두 달 이상 빨라진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를 포함해 수도권 선거 승리를 위해 제 몸을 던질 생각”이라며 출사표를 냈다. 김은혜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분당갑 보궐선거에 직접 나서는 동시에 수도권 선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안 위원장의 정치 무대 복귀는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그 역시 내년 전당대회가 공식 등판 시점으로 관측됐다.

이 전 지사와 안 위원장 모두 국회 입성에 성공할 경우 당장 유력 당권 주자로 떠오르며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다시 정국의 한가운데에 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패배 뒤 2015년 전당대회를 통해 복귀한 것과 비교해 두 사람 모두 이례적으로 빠르게 다시 링 위에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李, 당권 핵심 변수로… 계파갈등 불씨될수도
국민의힘 “대장동 수사 방탄용 의심” 공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운데)가 6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는 등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전면 재등판했다. 사진은 대선 패배 다음 날인 3월 10일 이 전 지사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하는 모습. 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운데)가 6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는 등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전면 재등판했다. 사진은 대선 패배 다음 날인 3월 10일 이 전 지사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하는 모습. 동아일보DB
3·9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재등판하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초고속 복귀’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특히 이 전 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6·1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맡기로 하면서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그의 당내 장악력과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도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이 전 지사의 등판에 대해 “수사 방탄용”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지사의 출마는 6일 오전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전격 결정됐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지도부가 이 전 지사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직접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 전 지사도 동의했다”며 “(이 전 지사가) 이번 선거에 직접 출전해서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 전 지사는 이날 출마와 관련해 입장을 직접 밝히진 않았다.

민주당은 송영길 전 대표가 5선을 한 ‘텃밭’에 이 전 지사의 ‘맨파워’가 더해지면 계양을 사수는 물론이고 지방선거 전반에 대한 후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은 우리가 가진 자원을 최대치로 동원해야 한다”며 “(이 전 지사는) 인천 계양을의 승리는 물론이고 서울 송영길과 경기 김동연, 인천 박남춘의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 전 지사의 보궐선거 등판으로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에도 변수가 생겼다. 당초 8월 전당대회 도전이 예상되던 이 전 지사의 복귀 시점이 앞당겨졌기 때문. 이 전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지사로선 이번 지방선거 총책임자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계양을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전체 선거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며 “그의 당권 가도에 없던 리스크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추후 당권을 둘러싼 당내 파벌 싸움이 다시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전 지사가 보궐선거에 나올 거면 당권 도전은 포기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며 “이 전 지사가 전당대회까지 출마할 경우 당내 신구(新舊) 세력 간 갈등이 표출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한 지리멸렬한 수사에 방탄을 치려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도 “결국 경기도민이 자신의 정치 행보를 위한 도구였음을, 그리고 대장동 사업은 떳떳함이 아닌 부끄러움임을 실토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전 지사의 인천 계양을 출마에 맞서 이 대표의 차출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희숙 전 의원도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윤 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요청이 있다면 따르겠지만 대표급 인사들이 나가는 게 맞는다”고 했다.

安, 원내 진입땐 국힘 당권 도전 동력 얻어
이준석 “사후 평가해야” 견제 움직임도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6일 경기 수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경기도
 지역 정책과제 국민보고회’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로 인수위 활동을 사실상 마친 안 위원장은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수원=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6일 경기 수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경기도 지역 정책과제 국민보고회’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로 인수위 활동을 사실상 마친 안 위원장은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수원=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6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선거 승리를 위해서 제 몸을 던질 생각”이라며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날 인수위 해단식을 마친 안 위원장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선거 ‘쌍끌이론’을 출마 명분으로 꺼내 들면서 본격 선거 행보에 나섰다.

안 위원장은 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서 열린 인수위의 ‘경기도 지역 정책과제 국민보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뿐 아니라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 제가 분당갑에 출마해 달라는 당 안팎의 진정 어린 요청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켜서 경기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조가 잘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르면 8일경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다. 안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분당갑 이외에 경기 지역의 유세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은 경기도 선거이고, 안 위원장이 경기와 수도권 전체에 바람이 불 수 있도록 기여할 생각”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 입문 10년 만에 국민의힘 계열 정당으로 첫 선거에 나서게 됐다. 그간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화학적 결합’이 부족했던 안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원내에 재입성한 뒤 향후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위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야권 단일화 선언 당시 “제가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국민의힘을 보다 더 실용적인 정당, 중도적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중도 확장으로 당을 혁신하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당내 역할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비판하면서 ‘이재명 때리기’ 선봉에 섰다. 안 위원장은 “후보와 연고가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상식이자 도리”라면서 “(이 전 지사는) 당연히 분당갑 내지는 경기도 쪽에서 출마하는 것이 정도”라고 했다. 이어 자신이 창업한 안랩에 대해 “분당갑에 가장 먼저 사옥을 지은 것이 안랩”이라며 자신의 분당갑 출마 명분을 강조했다. 이 전 지사가 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대선 2라운드’가 펼쳐지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안 위원장을 분당갑에 단수 공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분당갑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특보를 지낸 박민식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지만 12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 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경선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내에서는 안 위원장의 출마를 두고 견제 움직임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안 위원장의 출마에 대해 “(지방선거 득표 영향은) 지켜봐야 된다”면서 “여기에 대해서 사후적 평가를 해야 될 상황”이라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재명#안철수#정치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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