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캄캄한 밤하늘에 묻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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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프랭크 윌첵 지음·김희봉 옮김/360쪽·1만7800원·김영사

우주 속 은하의 모습. 김영사 제공
우주 속 은하의 모습. 김영사 제공
우주여행의 시대다. 지난달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여행을 떠났던 민간인 4명이 지구로 무사 귀환했고,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2050년 화성에 인류를 이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인류가 우주에 대해 많은 걸 알아낸 것 같지만 물리학자이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인 저자는 여전히 우주엔 미스터리가 많다고 말한다.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암흑물질’이 대표적이다. 암흑물질은 우주물질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전자기파를 통해 우주를 파악하고 있는데 암흑물질은 현재 기술로 검출할 수 있을 정도의 전자기파를 내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아서 검출하기 어려운 엑시온이 암흑물질 후보로 연구되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암흑물질의 비밀이 밝혀지면 그동안 우리가 알던 우주와는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저자는 200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저명 과학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매달 칼럼을 기고하며 대중에게 다가가는 과학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반인이 알면 좋을 법한 우주 과학에 대한 상식을 최대한 풀어 소개했다.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도전해 볼 만하다. 엄밀한 과학적 사실에 문학적 상상력을 덧붙여 풀어낸 점은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저서 ‘코스모스’를 생각나게 한다.

저자는 “사실 은하는 외부로 펼쳐진 암흑 물질에 둘러싸여 있다”며 “은하에서 빛을 내는 부분은 암흑물질 덩어리 속의 불순물이라고 해야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영사, Betsy Devine 제공
저자는 “사실 은하는 외부로 펼쳐진 암흑 물질에 둘러싸여 있다”며 “은하에서 빛을 내는 부분은 암흑물질 덩어리 속의 불순물이라고 해야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영사, Betsy Devine 제공
저자는 우주 앞에 선 우리를 갓난아기로 비유한다. 아기가 눈을 크게 뜬 채 손으로 여러 물체를 만지며 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과학자들이 우주의 각종 법칙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 선입관 없이 호기심으로 가득 찬 채 실험을 반복하면 아기는 세상의 법칙을 이해하게 된다. 중력 이론을 배우지 않아도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현대 과학자들은 이론을 세우고, 가정하고, 실험하며 증명하는 방식을 취할 뿐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를 돕고 있다.

‘중력파’를 찾는 방식이 이렇게 진행됐다.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생기는 중력의 변화가 시공간을 전파해 가는 시공간의 잔물결이다. 이 개념을 처음 생각해낸 건 1905년 프랑스 물리학자 앙리 푸앵카레(1854∼1912)다. 독일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이론적 토대를 다졌다. 입자가 진동하면 주위 진공에서 전자기파가 발생하듯 질량을 가진 물체가 진동하면 주위 진공에서 중력파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만 중력파는 오랫동안 직접 탐지되지 않았다. 우주의 먼 곳에서 오는 중력파가 지구에 왔을 때 물질에 미치는 변화는 1조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미국 소재 중력파 관측소인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는 결국 중력파를 검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관측기구를 정밀화해 온 노력이 100여 년 만에 성공한 것이다. 중력파는 우주의 팽창 속도·나이를 계산하는 ‘허블 상수’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왜 우주에 매료될까. 저자는 “인간은 우주라고 불리는 전체의 일부이며, 그 일부는 시간과 공간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구라는 공간과 현재라는 시간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우주는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풀어놓고 있다. 우주의 비밀을 더 많이 풀수록 우린 진정한 의미의 우주여행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우주#우주여행#프랭크 윌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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