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거대 기업이 목소리를 수집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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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캐처/조셉 터로우 지음·정혜윤 옮김/336쪽·1만8000원·미래의창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통화 내용은 녹음되며….”

고객 센터에 전화하면 나오는 안내 문구를 유심히 들어보자. 녹음되는 건 통화 내용만이 아니다. 전화를 건 모두의 목소리도 포함된다. 목소리가 녹음되는 게 무슨 문제냐고 되물을 수 있다. 과학 기술은 목소리만으로 많은 것을 알아챌 수 있다고 한다. 목소리 톤으로 감정이나 성격을 추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사람이 앓는 질병부터 체중, 신장, 나이, 인종, 나아가 교육과 소득 수준까지. 목소리에 많은 정보가 담겼다면 결국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충돌한다.

이 책은 음성인식의 탄생과 확산, 이를 수집하기 위한 거대 기업들의 전략과 속임수 등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구글, 아마존, 애플, 삼성 등은 전방위적으로 음성 데이터를 수집해 전례 없이 강력한 방식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음성 데이터에 개인이 공유하고 싶지 않은 생체정보가 담겨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음성 데이터가 기업의 전략에 사용되는 걸 마냥 허용해줄 수만은 없다고 저자가 말하는 이유다. 나아가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음성 데이터가 정부의 통치 기술과 결합하면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마존의 알렉사, 삼성의 빅스비, 애플의 시리…. 친근한 이름을 달고 나긋한 목소리로 존재하는 음성인식 기술의 실체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험악하고 위협적인 미래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목소리 수집#거대 기업#음성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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