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패배 두달만 컴백…尹과 전면전 ‘명운’ 걸어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6일 14시 37분


코멘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출마 배경으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당 안팎의 차출론에 응하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속내엔 경기도 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선 여의도 입성을 통한 방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듯하다.

대선 패배 후 두달만에 컴백해 갓 출범하는 윤석열 정권과의 전면전에 뛰어든 것으로, 이 고문 스스로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맡으며 지방선거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맡는 만큼 선거 결과에 정치적 명운이 갈릴 전망이다.

민주당은 6일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 고문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로 전략공천하고,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기로 했다.

이 고문은 지도부의 계양을 출마 요청을 받아들이며 지선 진두지휘 의사도 드러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두분(박지현·윤호중) 비대위원장과 그 사이 대화가 있었고 그에 대해 (이 고문이) 동의하고 수락했다”며 “(이 고문은) 이번 선거에 직접 출전해서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인천 계양을은 송영길 전 대표가 내리 5선 의원을 지내 민주당의 대표적 우세지역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고 수석대변인은 “결코 계양을도 녹록한 곳이 아니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며 “전체 선거판을 다 리드해야 하기에 후보가 계양을에 출마해 원내 입성에 반드시 성공하고 인천과 여타 지역까지 그 효과가 미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고문과 측근 그룹은 최근까지 지방선거는 지원에 전념하고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보궐선거에 먼저 출마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지방선거 판세가 민주당에 불리해지며 이 고문이 측면 지원을 넘어 보궐선거에 조기 등판해도 명분이 서는 탓이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순회하며 국민의힘 후보들을 측면 지원하자 이 고문도 등판해야 한다는 일선 후보들의 요구가 강해졌다.

실제 이원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차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 고문 측근인 박찬대 의원을 위시한 인천지역 의원들이 계양을 출마를 촉구하며 판을 깔았고, 이 고문이 대선때 영입한 박지현 공동 비대위원장도 공개적으로 차출 필요성을 역설하며 힘을 실었다.

여기에 윤석열 당선인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윤석열 대 이재명’ 프레임으로도 해볼만 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나온 한국갤럽 5월 1주차 정례 여론조사(3~4일 실시)에서 윤 당선인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포인트 내린 41%였고 부정평가는 4%포인트 오른 48%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그러나 국민의힘은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정치적 연고지인 성남에서 맞붙는 대신 아무 연고가 없는 인천을 택한 것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대장동 수사와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의식해 안정적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한 ‘방탄용’ 출마라는 것이다.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는 “대장동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한 분이 대장동을 등지고 도망가려 하느냐”고 비판했고,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도 “인천은 경기도를 버린 탈주자이자 각종 비리의혹을 받는 범법자 이 전 지사의 도피처나 은신처가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국민의힘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광역단체장 선거 판세까지 고려하면 명분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이 고문이 직전 지사를 지낸 경기도는 민주당 세가 강한 데다가 자당 김동연 후보가 최근 김은혜 후보를 상대로 박빙 우세를 점하고 있다. 반면 인천의 경우 직전 시장인 박남춘 후보가 유정복 후보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소(小)지역에선 유리하지만 권역에선 불리한 구도를 깨서 선거를 견인한다는 명분이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더욱이 성남에서 안 위원장과 정면승부를 펼 경우 ‘대장동’ 이슈가 다시 지방선거판을 잠식할 수도 있는 데다가, 보수세가 강해 불리한 성남 선거에 치중하면 수도권 전체 선거를 지휘하기 여의치 않다는 제약도 있다.

실제 지난 21대 총선 때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서울 종로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정면승부를 치렀다가 본인과 당이 모두 참패하면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바 있다.

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침몰할 지경인데 대주주인 이재명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느냐”이라며 “성남에 본인이 묶여선 역할을 할 수 없기에 계양에서 여유를 갖고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결국 ‘수도권’ 성적표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때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싹쓸이 했지만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에 이어 대선까지 최근 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하는 양상이다.

다만 지난 대선 때 서울(이재명 45.73%, 윤석열 50.56%), 인천(이 48.91%, 윤 47.05%), 경기(이 50.94%, 윤 45.62%) 등 수도권에서 서울을 제외하고 근소한 우위를 지킨 바 있다.

결국 이 고문으로서도 광역단체장 3곳에서 일정 이상의 성적을 얻는다면 차기 총선 공천권을 진 당권까지 탄탄대로가 열리겠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 정치적 내상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0.73% 포인트 차 석패에 따른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평가로 잠잠하던 계파갈등에 불이 붙을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이재명 고문도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선 조기에 원내에 입성을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보궐선거 출마는 필연적”이라며 “이 고문의 등판으로 이재명계와 친문·반이(反李) 계파간에 당권을 놓고 생사를 건 싸움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