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1기 신도시에 30년 이상 노후아파트 급증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6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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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기 신도시로 조성된 산본신도시. © 뉴스1
수도권 1기 신도시로 조성된 산본신도시. © 뉴스1
새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를 통해 10만 채 공급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지은 지 30년 넘은 아파트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기 신도시 조성 등으로 인해 주거지로서의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징후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1기 신도시의 재정비가 불가피하지만 기존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발이익의 사유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중립정책과 충돌하는 등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정책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은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논문 ‘올드 뉴타운(Old New-town) 쇠퇴에 대응한 대안적 접근: 1기 신도시 재고주택 관리를 중심으로’를 발행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개 수도권 신도시를 ‘올드 뉴타운’으로 정의했다.

● 올해부터 1기 신도시에 30년 넘은 아파트 급증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올드 뉴타운 내 아파트는 36만5000채였다. 이 가운데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 기준으로 여겨지는 준공 후 30년 넘은 아파트는 4.0%에 해당하는 1만4454채였다. 25년 이상~30년 미만 아파트도 66.5%(24만3154채)에 달했다.

시기별로 보면 올해부터 준공된 지 30년을 넘어서는 아파트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올해 말이면 16.7%(6만1000채)로 두 자릿수로 올라서고, 내년에는 33.4%(12만2000채)로 2배가량으로 폭증하는 것이다. 이어 2024년에 52.8%(19만3000채)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고, 2026년에는 70.4%(25만7000채) 수준까지 늘어난다.

지역별로 보면 분당은 지난해 6.5%에서 올해 21.3%로 급증한다. 평촌도 지난해 5.2%에서 올해 말 30.6%로 껑충 뛴다. 산본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2026년에 84.2%로 치솟는다. 중동도 2023년부터 급증해 2026년에 79.7%까지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더딘 일산도 2024년(49.3%)에 절반 수준으로 늘어나고, 2026년에는 71.0%로 높아진다.

● 1기 신도시 시설 노후화로 경쟁력 추락 중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는 것은 주택시설과 설비의 노후화, 주차시설 등 주거환경의 만족도 저하 등을 불러온다. 또 자연스럽게 올드 뉴타운 내 아파트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었다. 연구진이 지난해 9~10월, 1기 신도시 내 아파트 소유자 5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드 뉴타운에 거주하는 이유로 ‘직장과의 근접’을 꼽은 응답자가 32.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양호한 교육환경’(17.0%), 잘 조성된 ‘도시공원과 녹지 환경’(13.7%) 등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양호한 주거환경’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23.6%, ‘양호한 주택시설’은 1.0%로 매우 낮았다. 또 올드 뉴타운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응답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23.1%가 ‘주택의 노후와 관리 상태가 좋지 않거나 불편해서’라고 대답했다.

이런 상황은 집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드 뉴타운 집값이 주변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연구진이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분당의 공동주택 가격(2020년 기준) 1㎡ 당 평균 1164만 원으로 인접한 판교(1712만 원)의 68% 정도였다. 평촌은 756만 원으로 인접한 인덕원(972만4000원)의 78%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올드 뉴타운에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과 같은 개발 호재가 없다면 이 같은 가격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재건축 리모델링과 같은 호재로 집값이 상대적으로 고점에서 유지되더라도 노후 주택에 대한 임대료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1기 신도시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3기 신도시가 위협적이다. 1기 신도시는 서울로부터 20~25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3기는 서울과의 거리가 10~20km로 절반 이하다. 또 수도권광역급행전철(GTX) 등이 신설되면 서울로 오가기도 쉽다. 연구진은 “주택의 구조, 주차장 등 거주 시설, 공간 입지 등에서 새롭게 건설하는 3기 신도시로 노후화가 시작된 올드 뉴타운 거주자들이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변형 재건축’ 등 대안적인 개발방식 필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1기 수도권 신도시를 대상으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을 통한 재정비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새 정부도 용적률 완화를 통한 재건축을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두 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개발이익 방안이 시행되더라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발생할 개발이익의 사유화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 간 갈등도 불가피하다. 1기 신도시만 재정비할 경우 인접한 원도심과의 불균형 개발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탄소중립정책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폐기물을 2018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대규모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추진되면 건설 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올드 뉴타운의 재건축과 주변지역의 재개발을 연계한 결합 개발형 등과 같은 ‘변형 재건축’이다. 두 번째는 아파트 1개 동 단위로 공용과 전용 공간의 주요 구조만 개조하는 방식 등을 포함하는 ‘변형 리모델링’이다. 마지막은 대출 규제 예외 적용 등 다양한 금융 지원을 통한 개·보수 활성화이다.

연구진은 또 올드 뉴타운 재고주택에 대한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중앙 정부나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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