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발트해 연안서 전술핵 공격 훈련… “푸틴, 실제 쓸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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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70여일만에 처음 실시
“궁지몰린 러, 게임체인저 고려” 관측
러시아군 헬기, 핀란드 영공 침범

러시아군이 4일(현지 시간) 발트해에 있는 자국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전술핵탄두 탑재 미사일 공격 시뮬레이션 훈련을 처음 실시했다.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대규모 군사 지원, 핀란드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을 일거에 타개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칼리닌그라드에서 가상 적군을 상정한 후 핵탄두를 탑재한 이동식 이스칸데르 단거리미사일로 타격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병력 100명 이상을 동원한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이스칸데르 발사 후 적의 보복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발사 위치를 옮기는 훈련도 시행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번 핵 공격 훈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0여 일 만에 처음 이뤄졌다. 러시아 서쪽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칼리닌그라드는 이르면 이달 중 나토 가입 신청을 공식 발표할 스웨덴 핀란드와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곳에는 핵무기 저장시설을 비롯해 최고속도 마하6(초속 2.1km)인 이스칸데르가 2018년부터 배치돼 있다.

미국 등 서방 당국과 전문가들은 지난달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중북부에서 퇴각하고 동남부 총공세에 나서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 가능성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 BBC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느낀 푸틴이 교착 상태를 깨거나 패배를 피하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게임체인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푸틴은 핵무기를 사용하면 전략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보도했다. 전쟁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러시아군 피해가 가중될수록 푸틴이 단번에 전황을 뒤집을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전술핵무기는 작은 규모의 지역에 상대적으로 적은 인명 피해를 내는 소형 핵미사일 또는 핵지뢰 등을 가리킨다. 상대국 기반을 붕괴시키기 위한 전략핵무기와 다르다. 러시아가 핵 공격을 한다면 국제사회 여론과 국경을 접한 자국 피해를 고려해 1kt(킬로톤·TNT 1000t의 폭발력) 이하 소형 핵탄두를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 파괴력의 15분의 1 수준이다.

4일 러시아군 Mi-17 헬리콥터가 핀란드 영공을 5km가량 침범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러시아 정찰기가 스웨덴 영공을 침범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 나토 동시 가입 계획을 발표할 두 나라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안 린데 스웨덴 외교장관은 4일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적어도 1년은 걸릴 나토 가입 절차 과정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미국이 함께 방어해준다는 약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동해상에서 적 잠수함을 탐지·파괴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일본을 겨냥한 훈련으로 풀이된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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