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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러軍, 마리우폴 제철소 진입 ‘혈전’… 9일 전승절 앞두고 총공세

입력 2022-05-06 03:00업데이트 2022-05-0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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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최후 항전’ 제철소 사흘째 공격
러, 키이우 등 거점 철도 발전소 공격…“우크라 항전의지 꺾으려는 의도”
러 “돈바스 독립 이미 확정된 사실”…전승절 전면전 선포 가능성은 부인
마리우폴서 시커먼 연기… 모스크바선 열병식 리허설 4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부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위쪽 사진). 3월 초부터 마리우폴을 점령했음에도 이 제철소만은 함락시키지 못한 러시아군은 이날 탱크, 전투기, 군함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같은 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인근에서 붉은 깃발을 꽂은 러시아군 탱크가 전승절 열병식 연습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아래쪽 사진).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7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리우폴·모스크바=AP 뉴시스
“혈전(血戰·bloody battles)이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항전을 벌이는 데니스 프로코펜코 우크라이나군 아조우연대장은 4일 전황을 이렇게 밝혔다. 프로코펜코 연대장은 이날 텔레그램으로 “러시아군이 제철소 단지 안으로 진입했고 이를 막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호소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중심으로 거세게 공격했다. 외신은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인 9일까지 소기의 성과를 올리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 “최후 항전 제철소, 지옥으로 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아조우스탈 제철소 단지 안에서도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계속됐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현지 언론에 “제철소 내부에 어린이 30명 등 민간인 수백 명이 있지만 탱크, 자주포에 군함, 전투기까지 동원한 러시아군의 공격에 연락이 끊어져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조우스탈 공격은 밤새 이어져 5일까지 계속됐다. 페트로 안드리우슈첸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마리우폴에서 마지막 자유가 남은 11km²(약 332만평·제철소 면적)가 지옥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날 제철소 내 민간인 300여 명을 대피시켰다.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 키이우, 서부 르비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거점지역의 철도, 발전소 등 인프라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하루 50회 넘게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5일 중남부의 비행장과 탄약고가 파괴되고 우크라이나군 600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장관도 “우크라이나를 공포에 떨게 하려는 ‘미사일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BBC는 “서방이 지원한 무기 수송에 필수적인 공급망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인의 항전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민간인 피해도 더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3월 17일 마리우폴 극장 폭격 사망자가 당초 추정의 2배 수준인 600여 명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 러 “돈바스 독립은 이미 확정”
BBC는 급격히 거세진 러시아군의 공세는 9일 ‘전승절’을 의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리우폴을 비롯한 돈바스 지역을 완전 점령해 이날 성과로 발표하려는 계획이라는 얘기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키이우 등에서 퇴각하면서 동부 돈바스 지역 해방이 제2단계 전략 목표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점령지 일부를 내주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남부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외곽 점령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제2도시인 북서부 하르키우 주변 지역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푸틴은 전승절에 전쟁 성과를 과시해 자국 국민에게 명분 있는 전쟁임을 알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스페인 ABC방송 인터뷰에서 “크림반도 병합과 돈바스 지역 독립은 이미 확정된 현실”이라며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9일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공식 선포하면서 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는 미국 및 서방의 예측은 부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등의 지원은 더 정교해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돈바스 작전 계획을 비롯해 러시아군 동향 관련 실시간 군사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 은밀하게 제공하고 있다”며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장성이 이례적으로 12명이나 사살된 배경이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러시아투데이(RT)를 비롯한 러시아 국영 언론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독일 또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자주포 7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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