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발사주 ‘곁가지’만 기소… 작성 지시자 끝까지 밝혀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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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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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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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4일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종결했다. 직권남용 의혹으로 고발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현직 검사 3명은 무혐의 처분됐다. 지난해 9월 윤 당선인을 입건한 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 사건의 본령은 직권남용”이라고 했는데, 7개월 넘게 수사한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 입증에 실패한 셈이다.

고발사주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4월 당시 대검 참모였던 손 검사가 총선을 앞두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여권 정치인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수사의 핵심은 누가 고발장 작성과 전달을 지시했는지, 그 과정에 누가 관여했는지 등이다. 손 검사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을 세 차례 청구하고, 검찰과 국회를 압수수색한 공수처는 지시자와 공모자가 모두 성명 불상이라는 황당한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윗선을 규명하지 못한 공수처는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만으로 손 검사를 기소한 것이다.

손 검사는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해 11월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그 뒤 건강상 이유로 추가 조사에 불응했고, 휴대전화 포렌식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김 의원도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조사 시점을 늦췄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는 의혹을 받았다. 수사 경험이 있는 현직 검사와 검사 출신 정치인이 신생 수사 기관의 조사에 시종일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상식 밖이다.

선거 중립 의무가 있는 현직 검사가 총선 전에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 정치인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것 자체도 부적절하다. 그런데 그 고발장 작성과 전달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 국가 공권력의 사유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런 의혹을 무능한 공수처의 한 차례 수사만으로 곁가지만 쳐내고 끝낼 수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고발장 작성자와 지시자를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
#고발사주#곁가지#작성 지시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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