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남성춤, 스승 17명 사사
‘춤추는 남성’에 대한 차별과 맞서 1981년 국내최초 남성무용단 창단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춤사위로…”

“언젠가 자서전을 내도 될 만큼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었어요. 부모님 사진을 한쪽에 싣고 이 말을 꼭 하고 싶었거든요. 판검사나 부자는 못 되었지만 부모님 사진 빛나게 해줄 정도로 최고의 무용수가 됐다고….”
꿈은 현실이 됐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5호 한량무 보유자인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조흥동류’ 한량무를 개척한 한국 전통 춤의 대가가 됐다. 남성적인 기백이 넘치는 조흥동류 한량무는 한국 무용 콩쿠르에서 남성 지원자들이 추는 대표적인 춤이다. 2017년 대한민국최고무용가상, 2018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조 씨는 춤추는 남성에 대한 세상의 차별과 맞섰다. 1981년 국내 최초로 한국남성무용단을 창단한 그는 “위대한 남성 무용가들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다 같이 모여 춤추는 남성에 대한 차별에 맞서 보자고 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자부했다. 한국남성무용단은 창단 직후 제3회 대한민국무용제에 출전했다. 여성 무용이 주류였던 무용계에서 파격적인 시도였고 변화가 일어났다. 이 대회에서 한국남성무용단이 안무상을 받은 것. 국내 1세대 무용 평론가 고 조동화 선생은 당시 “무용계의 르네상스가 일어났다”고 평했다.
1990년 국립무용단 상임 안무가에 이어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지금도 제자들에게 직접 몸을 쓰며 춤사위를 가르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20년, 국민대 공연예술학부에서 22년간 강사로 제자를 양성했다.
“내일 당장 무대에 올라가 춤추래도 90분 공연을 완벽하게 해낼 자신이 있어요. 여생 동안 제자들에게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춤사위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