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참전용사들 ‘모차르트 그룹’, 푸틴의 ‘바그너 그룹’에 대적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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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미국 해병대 지휘관과 영국 참전용사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군사조직을 만들어 전장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병사, 공군 파일럿 등에게 사격술 전술 전략부터 공중 기동전 노하우까지 가르치고 있다.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는 최근 ‘모차르트 그룹’이라고 불리는 이 조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악명 높은 용병 바그너 그룹에 대항하는 서방 용병부대”라고 전했다.
미 해병대 예비역 대령 앤드류 밀번
미 해병대 예비역 대령 앤드류 밀번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 해병대 예비역 대령 앤드류 밀번이 모차르트 그룹을 만들었다. 밀번 예비역 대령은 과거 미군이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만든 특수작전 태스크포스(TF) 첫 지휘관이었다. 홍콩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학교를 나온 밀번 대령은 31년 간 미군에 몸담고 2019년 전역했다.

밀번은 외신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알게 됐다. “당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무인항공기(드론) 방어장구 의료장비 통신장비 등 모든 물자가 부족했어요. 이를 알고 모차르트 그룹을 조직해 우크라이나를 돕기로 했습니다.”

그는 푸틴의 용병조직 ‘바그너 그룹’에 대항한다는 의미에서 조직 이름을 ‘모차르트 그룹’이라고 지었다. 신(新)나치주의자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진 바그너 그룹은 아돌프 히틀러가 좋아한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밀번이 모차르트 그룹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전직 미 특수작전부대(SOF) 대원, 영국 참전용사, 전직 파일럿 등이 모였다. 전 세계에서 합류를 신청한 약 5000명 가운데 시험을 통과한 이들을 중심으로 그룹을 꾸렸다.

모차르트 그룹은 러시아군과 직접 싸우지는 않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더 효율적으로 러시아군을 막아내고 격퇴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 사격, 지뢰를 비롯한 사제 폭발물(IED) 식별 및 제거, 전술 전략 등을 가르친다. 우크라이나군에 방탄복, 야간투시경, 드론을 비롯한 군장비도 조달, 지원하고 있다. 모차르트 그룹은 미국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외부 기부금으로만 운영된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러시아군이 퇴각하며 ‘러시아군이 궁지에 몰렸다’는 얘기도 있지만 밀번은 이런 평가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군 공격이 다소 서툴지 몰라도 그들은 지뢰와 탄약, 무기를 어마어마하게 보유하고 있다”며 “목표물을 매우 빨리 파괴할 수 있는 포격 능력도 지녔다”고 말했다.

키이우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밀번은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쟁범죄 참상을 목격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뉴스위크 기고에서 ‘부차 학살’이 벌어진 부차를 방문했을 때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러시아군이 퇴각한 부차 거리에는 어린이들 시신이 방치돼 있었다. 러시아군은 IS보다 더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이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 1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밀번은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대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정권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있다. 우리는 작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2일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민간인 수십 명이 피신해 마리우폴을 벗어났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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