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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박재명]‘규범부재’ 탓하는 장관후보자… 이참에 ‘정호영 룰’ 만들자

입력 2022-05-03 03:00업데이트 2022-05-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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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국회가 오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연다. 임명 찬반을 떠나 정 후보자가 지금까지 ‘겪은 적 없는’ 종류의 장관 후보자임은 드러난 사실만 봐도 명확해 보인다.

정 후보자는 일요일인 4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그날 내부 홈페이지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보도설명(참고) 자료’ 게시판을 만들었다. 언론이 정 후보자 관련 문제를 보도할 때마다 반박 문서를 올렸다. 이 게시판에는 보름 만에 자료 61건이 모였다. 쉬는 날도 없이 하루에 4건 넘게 반박한 셈이다.

당초 복지부 실무진은 정 후보자에게 인사 검증 기사에 대응하지 않는 ‘로키(low-key)’ 전략을 건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겪은 장관 인사청문회 결과를 반영한 조언이었을 것이다. ‘하루 4건’ 반박을 선택한 건 정 후보자의 판단, 혹은 개인 성정 때문이란 얘기다.

정 후보자는 무엇을 그리도 반박하려 했을까. 추측하기 어렵진 않다. 그는 반복적으로 “저와 제 자녀, 저의 모교이자 일터였던 경북대와 경북대병원의 명예”를 말했다. 방점은 ‘자녀’와 ‘모교’에 찍힌 걸로 보인다. 언론이 제기한 정 후보자 관련 핵심 문제는 그가 일하던 경북대 의대에 딸과 아들이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에 편입한 사실이다.

내가 중도에 물러나면 진실과 관계없이 자식들은 아버지 ‘후광’으로 의사가 된 부정 입학자로 간주될 것이다. ‘한강 이남(以南) 최고’를 자부하던 경북대 의대는 나 때문에 내부 구성원끼리 서로 챙겨 주는 ‘부패 지방대’로 오해받을 것이다. 그런 불안이 후보자를 사로잡은 게 아니었을까.

이 때문에 정 후보자는 “불법은 절대 없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문민정부 이후 낙마한 무수한 장관 후보자 중 위법으로 물러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사회적 도의(道義)에 맞지 않아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됐다. 아버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의대에, 의학전문대학원 폐지 직후 딱 4년만 편입 문이 열리자마자 의대 교수 딸과 아들이 연이어 편입한 건 도의적 문제란 게 많은 국민의 생각이다.

정 후보자는 마지막 입장문에서 “부모가 속한 학교나 회사에 자녀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규범이 없는 상태”라며 “어떤 결정이 올바른지 지금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의대 교수 아닌 평범한 부모들에겐 더욱 ‘속 긁는’ 소리로 들릴 성싶다.

오늘 이후 정 후보자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될 수도 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다. 사퇴나 지명 철회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정 후보자가 부재(不在)를 탓한 ‘부모 학교의 자녀 입학’ 규범은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대학 편입 때만이라도 통일된 ‘정호영 룰’을 만드는 게 어떨까. 정 후보자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하던 시기에 충남대 의대는 ‘회피 제척 신고’ 제도로 교수 자녀 1명의 편입을 불허했다. 규정이 다를 이유가 전혀 없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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