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졸전 원인은 탱크…진격 느려진 ‘치명적 결함’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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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전투 후 버려진 러시아군 탱크 옆을 지나고 있다. 2022.04.19 키이우=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전투 후 버려진 러시아군 탱크 옆을 지나고 있다. 2022.04.19 키이우=AP/뉴시스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인 러시아의 탱크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졸전을 거듭하는 주요 원인은 탱크에 공격이 가해지면 내부의 포탄이 폭발해 포탑이 튀어 오르는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러시아군 주력 탱크 T-72에서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 현상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잭 인 더 박스’는 상자 뚜껑이 열리면 안에 있던 인형이 갑자기 튀어 오르는 장난감이다. 탱크가 공격을 받으면 포와 사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갑구조물인 포탑이 통째로 하늘로 튀어 오르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971년 양산된 소련제 T-72 탱크는 탄환이 포탑과 포격병, 지휘병 바로 아래 저장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재블린 등 대전차 미사일이 T-72의 비교적 얇은 측면 장갑을 관통해 내부에 저장돼있던 탄환에 맞으면 연쇄 폭발이 일어난다. 그 여파로 탱크 내부에 있던 병사는 사망하고 포탑은 공중으로 날아간다. 미 해군분석센터 사무엘 벤데트 고문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탱크의 이 같은 결함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M1 에이브람스, 독일 레오파르트2 등 서방 최신 주력 탱크들은 발사용 탄환이 운전병과 지휘병의 등 뒤로 떨어져 보관된다. 연쇄 폭발방지 장치가 설치돼있고, 승무병과 탄환 사이 보호막도 있다.


러시아군에 만연한 방산 비리로 장갑차에 중국산 저가 타이어를 사용되면서 진군이 느려지는 사태가 속출했다고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러시아군 장갑차에 장착된 중국산 타이어 ‘황해 YS20’은 서방이 사용하는 미슐랭 XZL 타이어를 모방한 ‘짝퉁’으로 가격이 150분의 1에 불과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러시아 탱크 1000대 이상을 비롯해 전투 장갑 차량 2500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부진이 이어지자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30일 동부 최전선이자 러시아군 점령지인 이지움시를 방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위축된 전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참모총장이 최전방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이 러시아로 돌아간 직후 이곳을 공격해 장군 1명을 포함해 러시아군 2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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