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올림픽 ‘데플림픽’ 개회…韓, 4회 연속 종합3위 도전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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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 개회식에 들어서는 우크라이나 대표단.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제공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 개회식에 들어서는 우크라이나 대표단.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제공


“우리는 소리없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피스! (We can change the world without noise. Peace!)”

전 세계 청각장애 스포츠인 대축제,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이 2일 오전 6시 개회식을 통해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청각장애 선수들의 올림픽’ 데플림픽은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보다 36년 앞선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번 데플림픽은 원래 지난해 12월 5~21일 브라질 남부에 있는 카시아스두술에서 개최 예정이었지만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5월 1~15일로 일정을 바꿨다. 남미에서 최초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77개국 선수단 42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카시아스두술 세지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개회식, 대형 스크린엔 ‘영혼의 눈과 귀를 가졌다는 건 멋진 일(It’s wonderful to have ears and eyes in the soul)’이라는 헬렌 켈러(1880~1968)의 명언과 함께 ‘우리는 소리없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문구가 등장했다. 데플림픽기(旗)를 무대에 게양한 후 대회 마스코트 니노(코아티·긴코너구리)의 춤이 이어졌다.

개회식 전광판에 등장한 헬렌 켈러의 명언.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제공
개회식 전광판에 등장한 헬렌 켈러의 명언.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제공

이어 데플림픽 역사와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 이해, 평등, 연대, 페어플레이의 가치를 소개한 뒤 각국 선수단이 개회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데플림픽 초대 개최국 프랑스가 가장 먼저 입장했고, 알파벳 순서에 따라 각국 선수단이 차례로 국기를 흔들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전쟁 포화를 뚫고 데플림픽에 나선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은 개회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의 참가를 금지한 가운데 ‘장애인 스포츠 강국’ 우크라이나는 이번 대회 최다 규모인 259명을 파견했다. ‘STOP WAR(전쟁을 멈춰주세요)’ 라는 문구를 쓴 국기를 든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과 선수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인류 평화를 향한 지구촌의 연대와 지지를 전했다.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 개회식에 들어서는 한국 대표단.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제공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 개회식에 들어서는 한국 대표단.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제공


태권도 남자 80㎏급에서 3연패에 도전하는 이학성(27·김포시청)을 기수로 내세운 한국 선수단은 77개 참가국 중 38번째로 입장했다. 노란 상의에 쪽빛 하의, 개량한복 차림으로 등장한 선수들은 저마다 태극기를 든 채 관중들과 호응하며 개회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역대 최다 규모인 선수단 148명(선수 81명, 경기임원 22명, 본부임원 45명)을 파견했다. 한국은 배드민턴, 사격, 수영, 유도, 육상, 축구, 탁구, 태권도 등 8개 종목에서 금메달 9개 이상, 종합 3위 수성을 목표 삼고 있다.

1985년 제16회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첫 선을 보인 한국은 2009년 타이베이, 2013년 소피아, 2017년 삼순 대회에서 3회 연속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3위를 달성했다. 가장 최근인 삼순 대회선 금메달 18개, 은메달 20개, 동메달 14개를 따냈다.

수어로 개회 연설을 하고 있는 미셸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부인(오른쪽).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제공
수어로 개회 연설을 하고 있는 미셸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부인(오른쪽).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제공


이날 개회식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보우소나루 여사가 참석해 수어 연설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지를 표했다. 2019년 1월 남편의 대통령 취임식 때 수어 통역으로 직접 무대에 올라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퍼스트 레이디가 데플림픽 현장서도 전 세계 청각 장애인들과 자유롭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선수, 심판 대표 선서에 이어 성화가 경기장에 도착했다. 대회 성화는 국제농아인스포츠위원회(ICSD)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출발해 ‘데플림픽의 성지’ 프랑스 파리로 이동한 뒤 브라질 성화봉송자 26명의 손을 거쳐 개최지 카시아스두술에 도착했다. 브라질 청각장애 수영 금메달리스트 기렐미 카바치와 지역 어린이가 손잡고 건넨 성화를 최종 주자인 마리오 미펜텔 브라질농아인스포츠연맹 설립자 겸 전 회장이 이어받아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불꽃이 경기장을 환히 밝히며 대회 공식 시작을 알렸다.

개회식 직후 태극 전사들도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2일 오후 10시 김영욱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조별리그 첫 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3일 남자사격 10m 공기권총에 출전하는 김태영(32·대구시설공단), 김기현(29·창원시청)에게 첫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카시아스두술(브라질)=데플림픽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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