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정년연장’ 화두 던진 尹인수위…관건은 세대 간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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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2일 14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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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보고 중인 인수위 산하 ‘인구와 미래전략 TF’ 2022.5.1/뉴스1
활동 보고 중인 인수위 산하 ‘인구와 미래전략 TF’ 2022.5.1/뉴스1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법정 정년 연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리나라가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늘린 지 6년 만의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4년차를 맞이한 2025년 국내 고령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생산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임기 중 정년 연장을 공론화할 전망이다.

2일 인수위에 따르면 기획위원회 산하 인구와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는 전날 이런 내용의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정책 방향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TF에 따르면 그간 인구정책은 저출산을 완화하는 데 집중한 반면, 인구 변동 여파를 고려한 미래 전략 구상에는 미흡했다.

이에 새 정부는 예측되는 미래에 발맞춰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설계하고 기획하며, 인구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이고 과학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TF는 진단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현실화된 인구절벽으로 인해 가깝게는 병역 문제부터 멀게는 생산성 감소까지 사회 곳곳에서 혼란이 야기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늘리면서 본격적인 정년 60세 시대를 맞이했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정년 연장은 2017년 시작됐다.

그러나 정년을 5년 더 연장하자는 논의는 그로부터 불과 2~3년 지난 2019년에 다시 점화됐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초(超) 저출산·고령화 때문이었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논의에 불을 붙이려 했으나, 재연장 시기가 과도하게 이르다는 지적과 함께 청년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 기업 부담 등의 비판이 빗발치면서 흐지부지됐다.

대신 문재인 정부는 정년 연장의 상위 개념인 ‘고용 연장’의 일환으로서 계속고용제도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계속고용제도는 정년 이후 고령 근로자가 일정 연령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에 일정한 지원과 책임을 부여하되, 고용 연장의 방식만은 기업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주는 제도다. 이는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반대와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됐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정년 연장은 정면 돌파하기 힘든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인수위는 새로 출범할 정부에 정년 연장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새 정부가 정년 연장을 원활히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청년 세대와의 공존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정년 연장은 특히 세대 간 전쟁으로 비유될 정도로 젊은 층에게 민감한 주제다.

이에 인수위는 정년 연장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세대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부각했다.

TF는 “인구구조가 역삼각형으로 바뀌어도 노동시장에서 세대 간 일자리 및 자원 분배가 세대를 거듭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년 연장, 근로 유연성 확대, 연금제도 개혁 등의 과제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가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이다. 세간에는 청년과 노인이 노동시장에서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앞서 한국은행은 ‘국제경제리뷰’ 연구에서 “독일·일본·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다수의 분석에서는 청년층-고령층 간에 요구되는 기술 수준 등이 달라 대체 관계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고 일부 연구에서는 보완관계를 주장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추정 방법을 달리할 경우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이 음(-)의 관계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두 연령층 고용 간 대체 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2018년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고 결론내기엔 이르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인수위가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정부의 인구정책에 관한 청년 반감이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TF는 “지금까지의 인구정책은 개인의 선택일 수 있는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청년들의 반감을 키웠다”며 변화된 인구구조에서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경제·사회 정책을 기획해 세대 갈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년 연장이 추진되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임금체계 개편 문제도 수면 위에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대 갈등과 함께 노사 갈등도 해소해야 한다.

TF는 이밖에 혁신적인 임신·출산 지원 시스템 구축과 육아휴직 기간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등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미래의 청년 관점에서 지역 간 격차 완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찾아볼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이런 정책을 기획·조정·평가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인구정책기본법(가칭)’ 제정도 주장했다.

향후 새 정부의 인구정책 과제는 국회와 함께 범부처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인구정책은 초정부적·초당적·초부처적 속성을 갖고 있다”면서 “새 정부에 초부처적 사고가 가능한 융합적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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