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제적 핵공격’ 첫 언급… 핵위협 수위 한단계 높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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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침탈땐 핵사용’ 연설 5일만에 “위협적 행동들, 선제적 제압-분쇄”
尹정부 대북정책 ‘핵군축’ 몰이 관측, 美선 “우크라 침공 푸틴 모방” 해석도
새정부 출범 전후 핵실험 징후 계속… 美 코브라볼 정찰기 동해상 전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가증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와 위협적 행동들에 대해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철저히 제압·분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직접 ‘선제적’ 핵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핵 사용 범위를 크게 확장한 것으로 공격 용도로 활용 목적까지 시사한 것. 윤석열 정부 출범(10일)을 전후해 북한 7차 핵실험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핵위협 수위도 높아지면서 남북 간 긴장 수위도 고조되고 있다.
○ 김정은, ‘선제적’ 콕 집어 핵 사용 가능성 시사
김 위원장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휘한 수뇌부 격려 자리에서 선제적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누구도 멈춰 세울 수 없는 가공할 공격력, 압도적인 군사력은 우리 국가·인민의 안녕과 후손만대의 장래를 담보하는 생명선”이라고도 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1일 “김정은 시대에 들어 조선(북한)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했다”며 김 위원장의 주장을 거들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병식 연설에서 “국가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핵을) 사용하겠다”며 우회적으로 선제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선제적’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며 한미를 겨냥한 핵 위협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인 것.

정부 고위 당국자는 “선제적 핵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건 김 위원장이 오판으로 핵 버튼을 누를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북한의 선제 핵 사용 위협은 한미 입장에선 최대의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으로 몰고 가기 위해 김 위원장이 집중적으로 핵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내에선 김 위원장의 최근 핵위협 발언 등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을 모방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칼럼에서 “과대망상적인 전체주의 독재자 김정은은 이웃 민주국가(한국)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한다”며 “석 달 전 푸틴을 완벽히 모사했다”고 꼬집었다.
○ 풍계리에선 핵실험 징후 지속 포착
북한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선 핵실험 준비 징후도 계속 포착되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인 ‘분단을 넘어서’는 지난달 29일 풍계리 핵실험장 남쪽 3번 갱도 새 입구 외부에서 건물이 신축되고, 건설 자재 이동, 장비와 보급품 증가 등의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도 지난달 28일 북한이 3번 갱도 새 입구 바깥 지역에서 내부로 중장비를 반입하기 위해 입구 평탄화 작업을 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美 이지스 구축함, 부산 입항 1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지난달 29일 입항한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샘슨함(9300t급)이 정박해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美 이지스 구축함, 부산 입항 1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지난달 29일 입항한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샘슨함(9300t급)이 정박해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미국 공군의 코브라볼(RC-135S) 정찰기 1대는 1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를 이륙해 동해상으로 날아왔다. 코브라볼 정찰기는 수백 km 밖에서 탄도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발사 후 비행궤적까지 추적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및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21일)을 앞두고 지난달 28일부터 연일 감시에 나서고 있는 것. 군 소식통은 “코브라볼이 평양 일대 등 북한 전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관련 움직임과 강원 원산, 함남 신포 일대의 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지 동향까지 샅샅이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김정은#선제적 핵공격#핵실험 징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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