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답이다[기고/조순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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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열 변호사·법무법인 문무
조순열 변호사·법무법인 문무
지난달 22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했던 합의문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원칙을 선언했다. 그런데 야당은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떠들더니, 법안을 거부하고 누더기로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본회의에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아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부패·경제 범죄),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 수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까지 그대로 있다. 결국 검찰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유지하게 됐다.

반면 경찰에 대한 통제권한은 세계 유례없이 강력하다. 경찰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 및 불이행 시 직무배제·징계요구권, 불송치 사건에 대한 재수사요청권, 경찰 공무원에 대한 직접 수사권 등 검찰은 경찰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검찰 수사권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완박’이란 말인가. 검수완박은 검찰의 앓는 소리에 불과하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선진국형 형사사법시스템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과 수사 인력을 가지고 실제로 수사를 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5개국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이 후진국형 형사사법체계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은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제도의 잔재 탓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70여 년간 지속된 일제식 형사사법체계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수사시스템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지 1년여가 됐는데, 이번에 완성형 입법이 시도됐다가 좌초됐다.

한국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아도 끄떡없는 수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총량의 99.4%를 담당하고, 검찰은 0.6%에 불과하다.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이었던 6대 범죄 기준에서도 경찰이 검찰보다 더 많은 수사를 담당한다. 검찰이 맡았던 0.6% 범죄도 경찰이 수사하면 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인권친화적 수사시스템이다. 검사가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까지 관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한번 형성된 심증에 따라 억울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나와도 죄를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수사권과 기소권의 검찰 독점이 부른 참사가 적지 않았다. 경찰에서 수사하고 검찰에서 통제하는 방식이 되면 인권침해 요소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검찰이 밀실에서 단독으로 하는 수사와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감시하는 수사 중 어떤 것이 인권보호에 유리하겠는가.

‘99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는 금언은 형사사법 절차의 중요 이념이다. 1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단계적 역할 분담을 통한 사법통제가 필요하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이 맡는 것이 옳다.

조순열 변호사·법무법인 문무
#검수완박#수사는 경찰#기소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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