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각·대통령실 장악한 모피아… ‘官治 회귀’ 우려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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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추경호, 김대기, 최상목(왼쪽부터). 동아일보 DB
한덕수, 추경호, 김대기, 최상목(왼쪽부터). 동아일보 DB
어제 대통령실 인선안 발표에서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내정됐다. 앞서 차기 정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는 과거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재부 1차관을 거쳤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의 경우 ‘재무 라인’은 아니지만 재정경제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내각과 대통령실의 요직이 이른바 ‘모피아’라고 불리는 경제 관료집단으로 채워진 것은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모피아는 재경부(MOFE)와 이탈리아 범죄 조직인 마피아(MAFIA)를 합친 말이다. 이들은 과거 한국 경제의 개발 단계에서 공도 있지만 경제의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온 이후에는 ‘관치(官治)’에 사로잡혀 오히려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폐쇄적인 행태가 얼마나 심했으면 모피아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지금 위기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는 초유의 상황이다. 세금과 금융 분야에서 비슷한 정책 경험을 갖고 있는 관료들만으로는 위기 돌파가 어렵다. 더욱이 모피아들이 끼리끼리 뭉쳐 경제 각 분야를 쥐고 흔든다면 관치의 폐해가 고스란히 되살아날 것이다. 이미 금융계는 모피아 출신들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자리를 차지하며 관치 금융으로 회귀한 지 오래다. 정부 산하 기관들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모피아 낙하산이 줄줄이 내려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내외 위험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가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리스크 대응을 명분으로 민간 부문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지금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인허가권을 휘두르는 관 주도의 세상이 아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뒤에서 돕는 민간 주도 세상이다. 관치 경제가 되살아난다면 한국 경제가 수십 년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통령실 인선안 발표#최상목#한덕수#추경호#모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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