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숫자로 생각합시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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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생각의 잡음/대니얼 카너먼·올리비에 시보니·캐스 선스타인 지음, 장진영 옮김/616쪽·2만5000원·김영사

올바른 결정 방해하는 ‘노이즈’
편향적 사고는 고칠 수 있지만 노이즈는 눈에 안 띄어 더 위험
필요 정보 여러 항목으로 나눠 각각 평가한 뒤 통합하면 유용
판단 전 근거 자료부터 살피고 점수보단 순위 매기는 게 좋아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은 사람 수만큼 나뉜다. 저자들은 생각의 노이즈를 제거하고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먼저 살피고 각자의 판단을 정리한 뒤 동등하게 취합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평가가 필요할 때는 등수를 매기는 게 좋다고 권한다. 사진 출처 Unsplash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은 사람 수만큼 나뉜다. 저자들은 생각의 노이즈를 제거하고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먼저 살피고 각자의 판단을 정리한 뒤 동등하게 취합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평가가 필요할 때는 등수를 매기는 게 좋다고 권한다. 사진 출처 Unsplash
세 사람이 뭉쳤다. 이전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판단 오류에 취약한 인간을 ‘팩트 폭격’한 카너먼, ‘넛지’에서 똑똑한 선택의 기술을 설명한 선스타인, ‘선택 설계자들’에서 결정의 함정들을 알려준 시보니. 이들이 선택한 주제가 ‘의사결정’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제목 그대로 ‘생각의 노이즈(Noise)’에 집중한다.

책에서 노이즈는 올바른 결정을 방해하는 일관되지 않은 요소들을 뜻한다. 저자들은 머리말에서 이를 ‘편향’에 대비시키며 사격 표적지의 비유를 가져온다. 총알이 과녁 한구석에 집중돼 박혔으면 이는 ‘편향’이다. 그러나 총알이 과녁에 넓게 분산되어 있으면 ‘노이즈’다. 편향은 알아채고 바로잡기 쉽지만 노이즈는 그렇지 않다. “편향이 쇼의 주인공이라면 노이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단역배우다.” 발견하고 바로잡기 쉽지 않기에 더욱 위험하다.

편향처럼 노이즈도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존재한다. 판결과 보석 결정, 의사의 진단, 신규 채용 결정 등…. 비슷한 사기 사건에서 한 사람은 징역 20년, 다른 사람은 징역 100일을 선고받는 일은 드물지 않다. 미국의 여러 지역 판사 50명에게 동일한 내용의 사건 정보를 제공하고 가상의 선고를 내리게 했더니 사건 20개 중 16개에서 징역형이 적당한지조차 일치된 의견을 내리지 못했다.

특정 재해를 어떤 손해사정사가 맡을지도 제비뽑기에 가깝다. 보험회사 경영진에게 ‘무작위로 선택한 보험심사역이나 손해사정사 두 사람에게 보험금을 산정하게 했다. 차이는 평균 얼마나 될까’라고 물었다. 대부분이 ‘10% 이하’라는 답을 했지만 실제 차이의 중간값은 55%나 됐다.

현실이 이런데 왜 세상은 ‘편향’에만 주목하고 노이즈는 잘 눈치채지 못할까. 인간은 세상을 원인과 결과로 이해한다. 특정의 이야기가 오류로 끝나면 편향이 문제라는 걸 다들 안다. 하지만 노이즈는 ‘원인과 결과의 세계’에서 쉽게 찾아낼 수 없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이런 함정을 피하고 좀 더 나은 결론을 이끌어 낼 것인가. 저자들이 권하는 답은 ‘통계적 사고’다.

판단할 때 주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여러 평가 항목으로 나눠 독립적으로 평가한 뒤 합하면 경험에서 나오는 노이즈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복잡한 가중치를 둘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단순한 판단 모델과 알고리즘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저자들은 이를 ‘탄탄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다.

데이터에 대한 신뢰는 물론 중요하다. 판단을 시작한 뒤가 아니라 판단하기에 앞서 데이터를 살펴보고 생각이나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의 판단도 노이즈를 만든다. 회의에서 먼저 발언하는 사람이나 직위가 높은 사람의 판단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각자 독립된 판단을 내린 뒤 이를 동등하게 취합해야 한다.

절대평가보다 상대평가가 신뢰할 만하다는 저자들의 권고도 귀 기울일 만하다. “우리는 무언가를 절대적 척도 위에 놓는 것보다 무언가를 비교하는 데 훨씬 능하다.” 인간적이지 않게 들릴 수 있지만, 줄을 세워 등급을 매기는 것이 판단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판단의) 노이즈가 덜한 세상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이 없어지고, 안전과 보건이 개선되고, 많은 오류가 미연에 방지될 것이다. 이 책을 쓴 목적은 그런 세상을 만들 기회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책의 향기#노이즈: 생각의 잡음#대니얼 카너먼#올리비에 시보니#캐스 선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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