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는 5월 하순이라는데…정부 “다음주부터 야외 노마스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8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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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2.4.22/뉴스1 © News1
김부겸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2.4.22/뉴스1 © News1
정부가 다음 달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대로 현 정부 임기 내에 ‘야외 노마스크’를 강행하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스크 해제 시점을 ‘5월 하순’으로 언급하면서 제동을 걸었지만 정부가 이를 배제하면서 방역 분야에서도 ‘신구(新舊) 권력’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로 28일 가닥을 잡았다. 정부 관계자는 “2주 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했음에도 유행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지 않아야 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원에 따라 실외 마스크를 써야 하는 ‘단서조항’을 달 예정이다. 일정 인원 이상이 모이는 거리 집회나 야외 콘서트 등 행사에서는 다음달 2일 이후에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둘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이 인원을 몇 명으로 할지 막판 조율 중이다.

국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2021년 4월 12일에 생겼다. 야외에 있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른 사람과 2m 거리 두기가 어려운 경우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10만 원의 과태료 부과했다. 이번 조치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385일 만에 사라지게 됐다.

정부가 다음달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로 한 것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규모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8일 0시 기준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552명으로, 한 주 전(21일) 846명에 비해 35% 줄었다. 최근 한 주(22~28일) 동안 사망자 수도 직전 주(15~21일) 대비 30% 감소한 921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혼잡 시간대 쇼핑가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심공원 등에선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인수위 권고에 180도 배치된다. 앞서 27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실외 마스크를 언제 벗는가는 5월 하순에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권고를) 정부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지켜볼 문제”라고도 했다.

정부가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를 결정하기로 한 이후 인수위 관계자는 동아일보 통화에서 “그동안 한 달 정도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된다고 누차 강조해왔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이번 정권에서 ‘셀프 엔데믹(풍토병)’ 선언을 하고 내려오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현 청와대가 방역당국의 의견과 관계없이 방역완화를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위는 공식적으로 비판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정부가 이미 해제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이상 방역완화를 둘러싸고 양측 충돌을 연출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인수위 권고대로 실외 마스크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28일 오후 이뤄진 최종 논의에서 ‘방역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당국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점차 국내 코로나19 유행의 양상이 팬데믹(대유행)에서 벗어나 풍토병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방역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26일(현지 시간) “미국은 팬데믹 단계를 분명히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우리도 그와 같은 단계를 밟을 거란 예측이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지난 2년 5개월간의 경험과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국내 상황도 (미국과) 유사한 패턴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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