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않기, 차별 막기, 경청하기… 아동인권부터 지키는 북유럽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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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0주년 아동 권리는 희망의 싹]〈상 〉선진국의 어린이 권리보호
1979년부터 체벌 금지한 스웨덴, 정책마다 ‘아동영향평가’ 의무화
핀란드, 매년 세계 어린이의 날에… 국기 내걸고 ‘아동권리주간’ 행사
바르나후스 모델 만든 아이슬란드… 성폭력 예방-피해아동 보호 온힘

스웨덴 아이들(왼쪽 사진)은 197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한 ‘어린이와 부모법’에 따라 보호받는다. 오른쪽
 사진은 ‘아동의 목소리’ 설문조사를 담은 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 보고서 표지.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조사를 통해 아이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2021년 아동권리지표 1위 국가인 아이슬란드는 성적 학대를 겪은 아동을 보호하는 바르나후스 모델을 
도입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스웨덴 아이들(왼쪽 사진)은 197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한 ‘어린이와 부모법’에 따라 보호받는다. 오른쪽 사진은 ‘아동의 목소리’ 설문조사를 담은 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 보고서 표지.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조사를 통해 아이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2021년 아동권리지표 1위 국가인 아이슬란드는 성적 학대를 겪은 아동을 보호하는 바르나후스 모델을 도입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소파 방정환 선생이 활동했던 천도교소년회는 1922년 ‘어린이의 날’을 정하고 어린이를 인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정환 선생은 아이들을 낮춰 부르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어린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안했다. 당시 경술국치 불행 속에서 어린이라는 희망의 싹을 틔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이라며 “어린이의 뜻을 가볍게 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1922년 시작된 ‘어린이날’이 올해 100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아동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해외의 아동권리 현황과 우리가 나아갈 길을 알아보고 2회에 걸쳐 소개한다.

○ 아동 체벌 금지, 성폭력 피해 아동 보호
네덜란드 아동인권단체인 키즈라이츠재단과 에라스무스대는 매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있는 182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아동권리지표’를 발표한다. 아동인권 상황을 △건강권 △생존권 △교육받을 권리 △보호받을 권리 △인권 환경 등 다섯 항목으로 평가한다. 2021년 아동권리지표 1위 국가는 아이슬란드였고, 스위스 핀란드 스웨덴이 그 뒤를 이었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아동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어린이와 부모법’ 개정안을 1979년 통과시켰다. 개정안 통과 당시 국민 70%가 체벌 금지를 반대했던 스웨덴은 텔레비전과 라디오, 인쇄물, 우유팩 등 모든 홍보 수단을 동원해 체벌 금지 필요성을 알렸다. 지역마다 양육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에게 상담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스웨덴의 ‘체벌 폐지 후 35년 보고서’(2014년)에 따르면 2011년에는 국민 92%가 ‘체벌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동의했다. 체벌이 이뤄지는 가정 비율도 1970년대 50%에서 1980년대 30%, 2010년에는 10%로 떨어졌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1990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서명한 국가이기도 하다. 1999년 아동권리협약 이행 방안을 법안으로 통과시키고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모두 아동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2020년 스웨덴 법에 통합됐다. 스웨덴은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아동 옴부즈맨을 정부기관으로 두고 아동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하고 있다.

핀란드는 2020년부터 세계 어린이의 날인 11월 20일 국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자는 인식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핀란드가 아동이 살기에 가장 좋은 국가라는 사실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핀란드는 올해 11월 14∼20일을 아동권리주간으로 정하고 ‘아동 안전’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평등, 빈곤가정, 놀 권리, 장애아동 등이 주제로 선정됐다.

아이슬란드는 성적 학대를 겪은 아동 보호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8년 아이슬란드에서 시작돼 다른 국가로 확산된 바르나후스 모델이 대표적이다. 바르나후스 모델은 성적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이 여러 기관을 전전하며 피해를 반복 진술하지 않도록 한 방에서 전문조사관에게 피해 조사를 받고, 이를 녹화해 법적 증거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아동 목소리 담아 정책 개선 노력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 인권을 더욱 증진시키기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이슬란드는 2001년부터 온라인 성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제보처 ‘아동 팁 라인’을 운영 중이다. 아동들이 부적절한 온라인 콘텐츠를 신고하면 경찰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핀란드는 2004년 교육문화부 지원을 받아 온라인 아동청소년 클럽 ‘네타리’를 만들었다. 2019년 기준 30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핀란드 청소년들은 네타리에서 친구를 만나고 자원봉사자로 등록된 믿을 만한 어른들에게 고민을 상담할 수 있다. 네타리는 매달 다른 주제로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다. 교우 관계나 이성 문제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 가정사 등 청소년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은 2014년부터 ‘아동의 목소리’ 프로젝트를 통해 아동 대상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 개선 활동을 펼친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어른들은 무엇을 하나요?’ 보고서는 스웨덴 32개 학교 5학년 학생 11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 내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인터뷰와 설문조사 결과를 담았다.

아시아 출신인 한 14세 학생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나와 닮아 보이려고 눈을 옆으로 당기면서 웃었다”며 “쉬는 시간이나 교실에서 발생하는 이런 사건을 학교가 인지하지 못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17세 한 학생은 “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내 히잡을 찢었는데 교장 선생님은 본인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너무 힘들어서 학교를 옮겼다”고 토로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아동들은 여러 정책 결정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길 바란다. 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어린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 “어른들은 우리가 어린이라는 이유로 많은 걸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 나이가 조금 어릴 뿐이다. 어린이를 존중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체벌#차별#아동인권#북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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