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위터 인수, 괴짜 수퍼리치 취미활동 그 이상…“권력 집중 위험”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7일 1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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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왕(technoking)이라는 별명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농담같은 말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440억달러(약 55조5800억원)를 들여 트위터를 인수키로 하면서 진담이 됐다. 그런 머스크가 많은 사람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에 불과한 그가 정부인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실은 칼럼의 첫 대목이다. 이처럼 많은 미국 언론들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비판적이다. 다음은 WP 요약이다.

머스크와 주변 인물들이 일군 부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그런데 트위터의 경우는 이야기가 생판 다르다.

440억달러에 달하는 트위터 인수자금은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원한 돈의 55배에 달한다. 미 연방정부가 연초 미국 가정에 무료로 제공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지 비용의 22배다.

물론 머스크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은 현금이 아니라 주식이다. 그러나 2400억달러(약 303조원)에 달하는 그의 재산은 두바이 투자회사 및 싱가포르 테마섹에 이어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국부펀드와 맞먹는 것이다.

머스크를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는 수퍼리치로 볼 수도 있다. 수퍼리치들은 T.렉스 공룡의 화석을 발굴하거나, 테니스를 즐기거나 수십억달러 저택을 짓거나 한 마을 크기 만한 수퍼요트도 만든다.

그런 행동들은 소셜 미디어를 사들이는 것에 비해 천박하고 제멋대로인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 소셜 미디어는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머스크가 지불하는 440억 달러에 비하면 싸구려 보석에 불과하다. 이 돈이면 부가티 라 부아튀르 느와르 쿠페를 2327대, 테슬라 모델 S 플레이드 자동차를 33만5621대 살 수 있다. 노르웨이 억만장자가 해저 탐사를 위해 요트처럼 생긴 거대 연구선 REV 오션호를 건조하기 위해 들이는 돈의 88배다.

그렇지만 트위터는 이런 것들과 크게 다르다. 머스크가 큰 돈을 들여 사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발표하면서 트위터를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고 했다. 개인 자산으로서가 아니라 공공 목적을 위해 투자하는 듯이 들린다. 바로 이 점이 머스크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한 개인이 국가보다 많은 자원과 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가 온라인에 중독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새로운 영지 어떻게 통치할 지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부인에게 팟캐스트 조 로건과 마약을 해보라고 권하는 건 강력한 권력자가 괴상하게 행동하는 것과 비교할 때 역사적으로 별 의미 없는 일이다. 실수가 많고 괴짜인 머스크가 권력을 갖는 것이 위험하다고 느낄 만하다. 그가 빚을 내서 트위터를 인수하기에 한계는 있겠지만 말이다. 아니면 다른 나라가 법으로 트위터 운영을 통제할 수도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말고도 공공 기능을 담당하는 것처럼 비쳐진 적이 있다. 미국이 유인우주탐사를 포기했을 때 머스크의 비상장 회사 스페이스X가 그 틈새를 채웠다.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야심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비전 덕분에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이 화성에 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해졌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스페인 제국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정복활동을 펴는 꼴이다.

미래소설가 킴 스탠리 로빈슨은 “메타국가들”이라는 개념을 자주 활용한다. 국가를 고객으로 하면서 그 회사만의 해외 또는 외계 사업을 추진하는 거대 기업을 가리킨다. 그러나 로빈슨이 민간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화성에 대사를 보내는 꿈에는 머스크처럼 돈도 많고 권력도 가진 개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점 하나만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기술의 왕이라고 해도 관료들을 상대로 그들이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하는 기본적 현실에 부닥칠 것이다.

머스크의 능력과 과도한 자부심 만으로 수없이 다양한 트위터 이용자들의 요구를 마술처럼 풀어낼 순 없다. 테슬라의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트윗을 할 순 있겠지만 화성에 가겠다고 트윗할 순 없다. 머스크가 생각하는 “마을 광장”이 멋진 토론사회를 가리키는 지는 몰라도 현실세계에서 트위터는 논쟁 끝에 사람을 죽이는 일을 만들어내는 장이 될 수도 있다.

왕관을 쓰면 머리가 무겁다. 트위터를 사는 머스크는 행복을 추구하겠지만 또 하나의 짐을 지는 꼴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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