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러-우크라’ 우정 동상 40년 만에 철거…“러가 관계 파괴”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7일 1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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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에 있던 러시아와 우정을 상징하는 동상이 40년 만에 철거됐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키이우시 당국은 이날 도시 중심부에 있던 8m 크기 우크라이나-러시아 우정 기념 동상을 철거했다.

철거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시작돼 약 5시간 동안 진행됐다. 동상 발목 부위를 톱으로 자른 뒤, 기중기를 이용해 동상을 바닥으로 내렸다.

시민 약 100명이 철거를 지켜봤고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현장에서 동상 철거를 감독한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러시아인들이 양국 우정을 파괴했다”며 “(오늘은) 상징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인민 우정 아치’로 불리는 이 동상은 1982년 구소련 정부가 양국 우정 상징으로 기증한 조형물로, 남성 2명이 소련 인민 우호 훈장을 상징하는 메달을 들고 있는 형상이다. 동상 상부는 대형 티타늄 아치 조형물로 장식됐다.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상 존치를 둘러싼 논란이 수년 동안 제기됐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러시아식 표기 크림반도)를 침공하자 한 우크라이나 예술가가 아치 위에 균열을 그리기도 했다.

키이우시 당국은 동상은 철거했지만, 동상 윗부분에 남아 있는 타원형으로 된 아치 조형물은 ‘인민 자유의 아치’로 이름을 바꾸고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칠해 남겨둘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도시 내 러시아 관련 기념물, 기념비, 기념 명판 등 60개를 철거하고, 460개 거리 및 장소 이름도 러시아 흔적을 없애 개명할 예정이다.

클리치코 시장은 “도서관에서 러시아 고전 작가들 책을 없애거나, (러시아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콘서트에 참석하는 걸 금지할 생각은 없다”며 “하지만 거리 이름과 기념비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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