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익 침탈땐 핵무력 사용”…대남-대미 핵타격 무기 총동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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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혁명군 90주년 심야 열병식

북한이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주요 전략무기들을 동원했다. 사진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씨와 함께 군부대를 사열하는 모습. 평양=노동신문 뉴스1·AP 뉴시스
북한이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주요 전략무기들을 동원했다. 사진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씨와 함께 군부대를 사열하는 모습. 평양=노동신문 뉴스1·AP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순 없다”면서 “국가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쟁 억제’를 명분으로 핵개발을 추진해온 북한이 이젠 그 사용 목적·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나선 것.

김 위원장은 25일 밤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 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며 7차 핵실험까지 사실상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긴장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한미를 겨냥한 신형 무기체계들도 총동원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지난해 1월 처음 공개한 ‘북극성-5ㅅ’ SLBM에 비해 길이가 길어졌고 탄두부가 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6일 “북한은 지난 5년간 겉으로는 평화와 대화를 주장하면서 실제론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단들을 개발하는 데 몰두해 왔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北, 탄두부 키운 신형 SLBM 공개… 대남-대미 핵타격 무기 총동원




인민혁명군 90주년 심야 열병식
3000t급 잠수함용 신형 SLBM, 길이도 늘어나… 사거리 확장한듯
대남타격 극초음속미사일도 등장, 마지막은 ‘괴물 ICBM’ 화성-17형
김정은 “핵무력 급속히 강화할 것”… 尹정부 출범 맞춰 7차 핵실험 할듯


북한이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주요 전략무기가 대거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한미를 겨냥한 강도 높은 핵 타격 위협은 물론이고 7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발언도 쏟아냈다. 다음 달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무력을 앞세운 강대강(强對强) 대결을 예고한 것이다.
○ 신형 SLBM 등 대남·대미 핵투발 무기 총동원
탄도 중량을 늘린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평양=노동신문 뉴스1·AP 뉴시스
탄도 중량을 늘린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평양=노동신문 뉴스1·AP 뉴시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26일 전날 열병식 소식을 다수 사진들과 함께 보도했다. 25일 오후 10시부터 불꽃놀이와 함께 시작된 열병식 본행사는 11시 반경까지 조명·폭죽을 단 전투기와 헬기 에어쇼까지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군 소식통은 “동원된 무기장비와 병력(2만여 명)으로 볼 때 2020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뒤지지 않는 규모”라고 전했다.

역대 4번째로 치러진 야간 열병식에선 북한이 최근 몇 년간 개발한 각종 미사일이 종대별로 등장했다. 신형 SLBM도 새롭게 포착됐다. 지난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최초 공개된 ‘북극성-5ㅅ형’보다 탄두부가 커지고 길이도 1m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확장해서 건조 막바지 단계인 3000t급 잠수함에 장착하려는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험 발사에 성공한 ‘미니 SLBM’과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 등도 탄두부 형태를 바꾸고 도색까지 완료한 상태로 등장했다. 각종 대남타격무기가 실전 완비된 점을 과시한 것. 김 위원장 참관하에 16일 시험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도 발사 차량에 실려 공개됐다. 북한이 이 무기가 전술핵 운용을 위해 개발됐다고 밝혀 대남 핵타격용이란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극초음속미사일인 화성-8형. 평양=노동신문 뉴스1·AP 뉴시스
극초음속미사일인 화성-8형. 평양=노동신문 뉴스1·AP 뉴시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맨 마지막에 등장한 화성-17형(ICBM)이었다. 열병식에 ICBM이 동원된 것은 2020년 10월 당 창건 열병식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북한 매체들은 화성-17형을 소개하면서 “3월 24일 발사된 ICBM”이라고 강조했다.

화성-15형을 17형으로 속여 발사했다는 한미 당국의 판단을 반박하는 동시에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군 관계자는 “대미·대남용 핵투발 무기를 총동원해 김 위원장의 핵무력 사용 언급이 엄포가 아님을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김 위원장 “핵무력 최대 급속히 강화”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둘째 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자위적 목적뿐만 아니라 공격 용도로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 소식통은 “해석에 따라선 핵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핵 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 나갈 것” “국력의 상징이자 우리 군사력의 기본을 이루는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풍계리에서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 정보 당국은 7차 핵실험 ‘디데이’를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인 다음 달 초중순경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경량 핵탄두 공개 또는 핵을 싣는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심야 열병식#핵무력 사용#신형 slbm#무기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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