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신동 아버지, 평생 막노동 하시다가”…서울대생 기구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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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6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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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올린 사연이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지난 24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서울대학교 자유게시판에는 익명의 글쓴이가 올린 ‘돌아가신 아빠가 가엾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서울대 붙은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허망하게도 사고사로 가셨다”며 “아빠는 어릴 때 동네에서 수학 신동으로 불렸는데 가세가 기울어 막일만 하셨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공장일용직으로 일하며 이혼하고도 나랑 동생만 보고 사셨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가 성대(성균관대학교) 갔을 때 너무 좋아하시면서 ‘역시 한 공부 하는 자식’이라고 자랑스러워하셨다”며 “내 만족감과 서울대 붙는 모습 보여주려는 마음으로 서울대로 반수 했는데 합격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보냈다”고 슬퍼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나의 세대에 태어났거나 그 세대에서 풍족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면 서울대에 가고도 남았을 거란 모습을, 우리 집안은 원래 박학한 유전자를 가진 집안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고 안타까워했다.

글쓴이는 “그래서 그런가 아빠랑 비슷한 나이의, 적어도 중산층 이상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장이 아닌 낭만적인 대학교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강단에 올라가신 서울대 교수님들을 보면 아빠 가능성? 기구했던 운명 등등 여러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 남긴 ‘비 오니까 운동화 신고 슬리프(슬리퍼). 필요하면 가져가. 전화 부탁’이라는 메모를 공개하며 “아빠가 내게 주신 유산은 집도 차도 부동산도 그렇다고 뒷구멍 입학도 아니었지만 내겐 평생 남을 운동화였다”고 했다.

해당 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으로 공유되며 많은 누리꾼들의 가슴을 울렸다.

누리꾼들은 “홀로 키우면서 자식에게 존경받았으면 아버지가 성공하셨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버지한테 전화드려야겠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등 반응을 보였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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